건강 염려증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3/10/23 00:26   http://blog.azoomma.com/liebe980/102496

사춘기땐 어디 한 번 쓰러져 실려가 보는 것이 소원이었고 창백한 환자얼굴을 보면 약간은 부러운 감도 있었으며 불치병에 걸려 슬퍼하는 노랫말을 들으며 저 주인공이 나라면...하는 가정도 수없이 했다.

 

하물며 며칠밤을 새어도 코피 한 번 나지 않는 기가 막힌 체질이었기 때문에 그런 망칙스런 상상이 가능하지 않았나...싶다.

 

그런데..아이 둘을 낳고 난 후엔....그냥 쑤시는 것도 별별 상상을 다 해가며 인터넷으로 그 현상이 일어나는 병명을 끝까지 추적하여 며칠을 관찰해 본다거나 두통이라도 있을 시엔 관련된 보험상품에 지급되는 보험금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등....

 

어디 한번 아파봤으면...했던 것이, 이젠 어디 한군데라도 아플까봐 노심초사하고 약간이라도 아프면 그날부터 잠못자는 날이 많아진다.

 

일명...건강염려증....

 

남편과의 대화가 그런 쪽으로 흐를라치면 나는 예외없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끝엔 꼭 꺼이꺼이 울고야 만다.

 

'저것들 불쌍해서 나는 꼭 (삐리리)칠할 때까지 살아야 해!!' 이런 이유에서 소금의 귀족 알칼리소금도 최대한 적게 쓰고 식용유 대신 비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쓰며 몸에 좋다는 약엔 솔깃해서 한번 더 챙겨 듣거나 보거나 한다.

 

그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3년 전에 남편한테 빌붙어 했던 건강검진에서 왼쪽 유방엔 양성종양이 나왔고 둘째 아이 임신 중엔 자궁에 작은 혹(이 아니라..뭐라고 설명했는데....어쨌든 혹)도 하나 발견되었고 가게하다 쌓인 과로와 스트레스로 간염 바이러스 비활동성 보유자이며 단백뇨도 발견됐었으니 신장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고 치아도 어금니가 하나 빠져 매꿔야 할 처지이며 아이 낳고 무리해서 이젠....양쪽 어깨까지 말썽인데 입덧하며 피를 토하기 수십번을 두번 반복한 후 망가진 위의 후유증으로 소화에 문제가 생겨 요즘 늘 더부룩하다..

 

내 몸 하나가 '종합병원'인 셈이다.

 

하나님~~~

전 아프면 안돼요.

저것들...불쌍해서 전 아프면 안돼요...

울 아빠도 일찍 데려가셨으면서...그냥 그걸로 만족하세요.

전 아이들때문에라도 남편이랑 백년해로해야 해요....

 

건강하라...는 말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이다.

나의 제일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세째도 나라의 독립이 아닌....내가 아는 사람들은 제발 아프지 말고 만수무강했으면...하는거다.

 

오늘 옆집에 마실갔다가....아는 아줌마의 유방암 소식을 듣고...기분이 꾸리꾸리하다..

 

또 눈물이 난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제발 건강하세요.....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