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전쟁을 아느냐?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3/10/16 00:00   http://blog.azoomma.com/liebe980/101774

이젠 아이들도 남들 앞에선 체면치레를 하나보다.

 

딸내미는 다른 사람들 앞에선 내숭도 잘 떨고 잘 웃고 노는 아이가 집안에만 들어왔다 하면 태도가 돌변하여 갑자기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은 김수희가 된다.

 

아들녀석은 또 어떤가 하면...

밖에서는 인사성 밝다고, 오죽하면 가끔 오시는 과일차 아저씨도 우리집이 505호인 걸 알 정도인데(온 동네를 다니며 '안녕하세요? 전 505호에 사는 이승윤이거든요'를 부르짖는다) 집안에만 들어오면 인사는 커녕, 내가 펄펄 뛰며 소리를 빽빽 지를때까진 묻는 말에 대답조차 냉큼 하지 않는다.

 

아들녀석이 다니는 유치원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져서 꽤 오랜 고심끝에 때려친 덕분에 요즘은 하루종일 같이 있게 되는데.... 난 원래 인형놀이가 체질에 맞는데도 불구하고 아들 하나 키우며 변질이 되어 특수부대 요원이 되어버렸다.

 

하루종일 집안에서 셋이 뒹굴다보니 아무래도 둘이 놀다 어느새 나까지 휩쓸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아들녀석이 주도하는 놀이라 주로 전쟁놀이,경찰놀이,액션가면 놀이,디지몬 놀이...등등 주로 작전과 임무수행을 스토리로 하는 놀이 일색이고, 신무기 개발이 승패를 가름하기 때문에 이미 몇 번씩 쓰인 꼬질꼬질한 슬리퍼나 어제 신던 아빠 양말은 물론이고 동생 응가 기저귀까지 폭탄으로 용도변경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딸내미가 얌전히 인형놀이를 즐기는 스타일로 태어났으면 소원이 없으련만...

요즘은 걷는 속도가 빨라져 뛰는 속도에 맞먹는 개월수이고 친할머니를 닮아 목소리 또한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것처럼 우렁찬데다 3옥타브를 넘나드는듯한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하루종일 전투태세로 임하지 않으면, 집안이 전쟁터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남자들 군대 3년을 사회로 나와선 어느 정도 보상받는다는데 여자들은 매일을 이렇게 아이와 짧게는 3년...아이가 둘이면 6년이 되는 전쟁상황을 왜 가산점수로 보상을 안해주느냐 말이다.

 

그나저나....난 전쟁포로에서 조금전에야 풀려났다....

 

그것도....종전이 아닌....휴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