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을 태우다....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3/10/15 01:18   http://blog.azoomma.com/liebe980/101673

어제 밥솥을 새까맣게 태웠습니다.

 

무엇이든 엄마의 실수를 잘 감지하던 아들녀석은 요즘 세상사는 낙이 되어버린 디지몬 어디벤쳐에 넋이 나가 있었기 때문에...그리고 아이 아빠는 완전히 엄마찾아 삼만리 찍고있는 딸아이의, 기차통 삶아먹은 울음소리때문에 정신이 쏙 빠져... 그 탄 냄새 진동하는 밥솥까지 신경 레이다망이 가동되지 않은거지요.

 

결국 스팀 빠지는 꼭지까지 새까만 재가 올라오고, 전 그나마 안탄 밥을 찾아 헤쳐 두그릇 퍼 식탁에 올려놨습니다.

 

골목하나 돌면 있는 가게 다녀오기도, 이런 일 한번씩 겪어야 갔다오는 신세가 되고보니 어떨 땐 정말 밥숫가락 딱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더군요.

 

마음 같아선 하루종일 불려놔도 그 재들을 다 못긁을 것 같은데...

하루종일 팔빠져라 쇠수세미로 닦아봐야 탄 흔적들은 고스란히 남아서 하얀 밥이 까만 밥이 될 것 같은데...콱 버려버리고 새 밥솥을 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전 인터넷을 뒤져가며 탄 흔적 없애기 방법에 몰두했습니다.

 

이 방법 저 방법 실험실을 방불케 하는 진지한 실험이 이뤄지고....

 

결혼전엔, 열손가락 매니큐어칠이 벗겨지는 게....한달에 한번 가는 미용실에서 이번에 한 퍼머가 제대로 안나온 게...새로산 똥꼬치마와 부츠가 서로 코디가 안맞는 게...제일 속상한거고 유일한 고민들이었지만....

 

결혼 후엔 새까맣게 탄 밥솥의 탄 흔적을 없애는 게 어제의 과제이자 고민이었습니다.

 

결국....대충 성공해서 오늘부터 다시 밥을 지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행복해라~~~

 

** 제가 찾아낸 방법은....식초와 물을 배합하여 잠길만큼 불렸다가 팔팔 끓이는겁니다.

최대한 장시간...

그 다음 필요한 건, 철수세미로 다시 한번 시꺼먼 흔적들을 지울 팔뚝 힘과 지우고야 말겠다는 의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