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님은 손주만 다섯명이다.
슬하에 아들넷에 딸 둘을 두셨는데, 손주들만 또 다섯을 두셨다.
손녀딸이 없으시다.
요즘 방학이라 우리 꼬맹이까지 모두 다섯명의 손주들이 하루종일 어머님과 집에서 지낸다. 중간에 학원을 간다든지 밖에 나가서 축구를 한다든지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큰 놈들은 자기들끼리 컴퓨터 게임을 한다든지 하니깐 손 갈 일이 없을것 같은데도
실상은 그게 아니다.
덥다고 냉장고 문을 수시로 열어제끼지, 밖에 나가서 이 무더위에 축구를 하고 오면 땀이 비오듯 하는 놈들이 덥다고 에어콘 틀어제끼지(제가 올해 드뎌 어머님께 에어콘을 사드렸거든요..ㅎㅎ), 샤워한다고 물 틀어제끼지, 물기 닦는다고 서랍에서 수건 꺼내제끼지, 옷 벗어제끼지...밥 먹을 때도 밥상 차려놓고 밥 먹으라고 몇번을 얘기해야 그제서야 밥상 앞으로 오지....설상가상으로 앞집에 사는 중1짜리랑 뒷집에 사는 중1짜리까지 어머님댁에 와서 하루종일 부대낀다고 한다. 그 두놈은 방학이라고 할머니댁에 놀러와서는 정작 자기집엔 밥 먹을 때만 잠깐 얼굴을 비치는식이고 하루종일 밤 늦게까지 우리 어머님댁에서 뭉그적댄다. 우리 어머님 웬만해선 그런걸로 스트레스 받을 분이 아니신데
어제는 나한테 지나가는 말로 요새 손주놈들 시집살이 한다고 하신다...
그 말을 듣고나서 녀석들을 보니 어른이 계시는데도 떡하니 누워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질 않나, 한 놈은 저녁밥상 차리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컴을 보고있질 않나...
어머님이 못하시니 내가소리를 질렀다.
이제 컴퓨터 그만하고 꺼라...그리고, 너!! 어른이 계신데 일어나 앉아.
싫었겠지...하지만 남의 집 자식이라도 할 말은 해야겠지 싶어 나도 잘 못하는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
슬며시 그 부모에게 원망의 마음이 일었다.
밥 때가 되면 집으로 오라고 아이들에게 일러야지 마냥 두나싶고
어머님이 간식까지 챙기는데 가끔은 간식을 들고와서 우리집 손주들에게도 좀 줘야하는거 아닌가?
어머님 성품에 내 새끼들만 챙기시진 않으실텐데...
아침 밥상 치우기가 무섭게 들이닥쳐서는 저녁밥상 치울때까지 안가고 있고...
중1이면 열네살이니 그리 적은 나이도 아니구만...
우리집 아이들은 절대 또 다른집엔 놀러가서 눌러앉아 있질 못한다.
이구..바보팅이들...
이 무더위에 우리 어머님 사내녀석들 등살에 시집살이 하시느라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나는 어머님 땀 식히시라고 에어콘 사드렸는데
정작 그 때문에 우리 어머님 마루는 동네 노인정이 돼 버렸다. ㅠ.ㅠ
워낙에도 사람들 좋아하셨지만 요샌 좀 지치는것 같다.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법이다.
누가 그러더라..여름 손님은 친정 엄마도 반갑지 않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