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컴을 켜기란 거의 하늘의 별 따기인데...
남편은 오늘도 출근했구요. 큰 아이는 형들 따라 PC방 간다기에 보내줬어요. 너무 못가게 해도 탈 날 것같고 또 형들이랑 간다니깐 한시간만 하고 온단 약속을 꼭 지킬것 같고 해서요...꼬맹이는 오늘 바깥 나들이가 피곤했는지 지금 곤히 자고 있어요.
ㅎㅎ 책장 넘기니 잠이 솔솔 오고 해서 정말 간만에 컴을 켰습니다.
내일은 시간이 맞질 않아서 오늘 산소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집에서 차로 한40여분(차가 안 막히면)정도 가면 작은 공동묘지가 있거든요.
ㅎㅎ 갈 때마다 버젓이 아버님 산소를 보면서도 왜 그리 실감이 나질 않는지 모르겠어요. 벌 써 5년인데 말이예요.
아직도 그냥 안방에 앉아계실 듯, 참 희한하죠...돌아가셨다는걸 여직 실감을 못하고 있으니 말예요.
ㅎㅎ 산소가는 길이 나들이길이네요.
24시간 하는 김밥집에 가서 김밥 사오고, 떡도 좀 사오고, 음료수에, 막걸리, 소주,과일 사가지고 온 식구가 길을 나섰습니다.
잡초 뽑아내고, 비뚤어진 상돌도 바로 하고.....그새 잔디사이사이로 빼곡하게 쑥들이 자라났어요. 담번에 와서는 제초제를 (쑥만 제거하는 약) 뿌릴 생각입니다. 잔디보다 푸르름한 쑥들이 더 많아서 말이예요. 윤달이 끼어있는 달에 잔디를 새로 입히면 좋다고들 하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간다고 하더군요. 주변 깨끗이 정리하고 꽃도 꽂아두고 나서
절을 했죠..아주버님들, 형님들, 시누들, 조카들, 글구 어머님...사가지고 간 막걸리와 소주를 따라 잔을 올리고(우리 아버님 생전에 막걸리 참 좋아하셨거든요.) 서로 다 둘러앉아 막걸리에 김치 찢어먹고, 김밥이랑 떡도 먹으며 잠깐 담소 나누고...
그 사이 남편이 점심 시간 짬을 내서 산소에 왔더군요.
남편이요? 공항에 있어서 휴일이 따로 없답니다.
바람은 제법 불었지만, 그래도 산에도 봄이 왔더군요. 나무가지 저 틈새로 분홍빛 꽃잎이 팔랑팔랑 거리는것이, 진달래가 핀 것입니다.
잡초를 뽑다가 고개숙인 할미꽃을 한송이 발견했지요, 얼마나 반갑던지요.
고향 산천에서 보던 할미꽃이 아버님 산소 옆에 비스듬히 피어있던 겁니다. 그러고보니 할미꽃을 어릴 때 본것도 바로 할아버지 산소주변이었어요.
고개 숙이며 그때 부터 할미꽃을 찾았는데 아니나다를까 여기저기 많이 피어있는 겁니다. 잡초와 마른 건초에 가려져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이었죠.
외따로이 떨어져 있는 할미꽃 두송이를 찾아서 뿌리를 파내기시작했어요.
곱게 가지고 와서 어머님댁 옥상 한 켠에 심었습니다.
잘 자라주어야할텐데...
아,,,암튼 너무 좋았어요.
어머님이랑 큰 시누는 고들빼기랑 담배나물, 또 쑥을 뜯는다고 거기에 남으셨습니다.
집 근처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물들이죠. 금새 한봉지가 다 차더군요.
내일은 쑥 버무리를 해주신다고 하셨어요, 물론 제가 해 먹자고 한거지만...
ㅎㅎ 어릴 때 쑥 뜯어러 다녔던 기억이 아련히 납니다. 우리 어머님과 우리 큰 시누도 어릴 때 생각이 간절한게지요, 이렇게 바람부는 날 들판을 기어다니며 쑥 뜯는 걸 보면 말입니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쑥국도 끓일 생각이시겠죠.
먼지 구덩이 속에 앉아서도 힘든 걸 모르시는 건 말입니다.
아...나도 우리 꼬맹이만 아니면 쑥 같이 뜯으러 갈 수 있을텐데...
오늘 저녁은 쑥국입니다. ㅎㅎ 정말 향긋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