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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속 대박' 일본서 배운다] "싸게, 빠르게, 독특하게, 실속있게!"
최근 한국의 불경기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비슷한지 아닌지를 두고 한국 내에선 찬반 양론이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내수 부진에 따른 투자부족으로 불경기에 빠져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불황이라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일본에서는 지난 10년간 장기불황에 빠져있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 틈새시장 공략, 새로운 분야의 개척 등으로 성공한 기업이 꽤 있다. 불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성공한 일본 기업을 살펴본다.
일본의 취업정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거인 ‘리크루이트’의 아성에 도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업체가 ‘앤 재팬’(www. en-japan.com)이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리크루이트에 대항하기 위해 전직(轉職)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전문적인 구직정보를 제공해 주고, 돈 드는 잡지를 발행하지 않는 대신 인터넷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이 회사의 최대 장점은 독자적인 취재에 의한 정보제공이다. 단순한 구인정보만 아니라 그 회사에 근무하는 종업원을 직접 인터뷰하여 게재한다. 다음은 한 회사의 간부를 인터뷰하여 올린 기사의 내용. “저희 회사는 당장 유명해질 회사는 아니며, 조금 발전을 한다고 해도 도쿄로 회사를 이전하지는 않을 거예요. 저희 회사는 철저한 지역밀착형 기업이거든요.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저희 회사를 정말로 필요로 한답니다.” 즉 그 회사의 좋은 점만 아니라 나쁜 점도 동시에 올려 전직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홈피를 보면 구인하는 회사의 특징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인터뷰 기사 작성과 카피라이터의 일을 외주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외주를 주면 전직하려는 회원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또한 전직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직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2000년 1월 설립된 신생기업이지만, 지난 6월 현재 종업원은 368명에 달하고 2003년 매상고는 43억7200만엔, 경상이익은 17억5400만엔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전직정보사이트의 시장 규모는 앞으로 3년 후 3000억엔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 회사의 도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과 팩스로 주문 받은 물품을 내일까지 배달한다는 의미에서 지은 회사명 아스쿨(www.askul.co.jp). 이 회사는 문방구에서 음료, 의자까지 1만2500건이 넘는 오피스 용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1993년 4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의 종업원은 지난 5월 250명으로 늘어났다. 매출액은 1994년 5월 2억엔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 5월에는 1277억엔으로 괄목상대한 성장을 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51억6000만엔을 기록, 고수익을 거두는 알짜기업이다. 오피스 용품 제조 메이커와 고객을 연결시켜 주는 방식은 다른 업체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회사에 콜 센터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콜 센터는 고객으로부터 하루 1만건에 달하는 문의와 불평을 받는다. 회사는 이런 불평을 제조 메이커와 회의를 거듭하여 제품의 질을 개선하는 데 노력한다. 즉 단순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상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가하여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선택과 집중의 묘도 살리고 있다. 전국 635만 사업소의 95%를 차지하는 중소사업소의 고객에게 오피스의 쾌적함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이 회사에 등록된 회사는 약 150만 오피스나 된다. 여기에다 주문 받으면 99% 이상을 다음날까지 배달하는 신속함도 갖췄다. 제품 특징을 스토리로 담아 홍보
리사이클링의 다각화와 전문화 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리사이클링(재생)숍이 있다. 중고 PC와 오디오를 판매하는 ‘hard off’, 중고 책 서점과 CD 등을 판매하는 ‘Book off’ , 중고 카 오디오와 타이어를 판매하는 ‘Garage off’, 중고 완구를 판매하는 ‘Hobby off’ 등. 그런데 이들 가게는 모두 하드오프코퍼레이션(www.hardoff. co.jp)이라는 회사계열의 숍이다. 이 회사는 1972년 가전제품 판매점으로 출발했지만, 장기불황의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함에 따라, 1993년 리사이클링 분야로 업종 전환을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동종의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이 있었다. 기존의 중고제품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박리다매가 아닌 적게 팔더라도 이익이 남는 장사를 추구한 것. 그래서 이 회사는 물류센터나 남들이 좋아하는 이 회사만의 독특한 컴퓨터 시스템도 없다. 그 대신 자급자족 방식을 취한다. 인구 10만명에 1가구의 밀도로 점포를 내고 있다. 지역의 고객으로부터 중고품을 구매하고 수리해서 그 지역에서 판매한다. 판매가의 4할로 구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연 매출고는 약 68억엔이며, 종업원은 정식사원 162명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2010년까지 전국에 1000점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도 10년 안에 100점포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황 땐 역시 싼 가격으로 공략 불경기 때 히트하는 것은 역시 저가격의 상품이다. 경기가 회복된 요즘은 이들 저가를 무기로 한 상품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1990년대와 2년 전만 해도 그 기세는 대단했다. 불경기 최고의 히트상품인 ‘유니클로’는 중국의 싼 임금과 철저한 품질관리로 싸면서도 고급품의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의류업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또한 요시노야(吉野家)는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던 280엔(2800원)의 쇠고기덮밥을 판매, 회사인들에게 대히트를 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요즘은 광우병 소동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두절되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곧 인기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한국에 1000원숍이 유행한다고 하는데, 지금도 일본에선 100엔숍의 인기가 시들지 않고 있다. 필자도 자주 100엔숍을 찾는데 의류를 비롯해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요즘의 큰 특징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99%가 메이드인 차이나였지만 지금은 메이드인 재팬의 100엔 제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이 유통 구조와 고임금 구조를 개선해 경쟁력 회복에 성공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정희 일본 교토소세대 교수ㆍ경제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