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용서의 계절
우리축사 주변
겨우내 속옷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개똥 소똥 고양이똥 고라니똥 너구리똥 새똥
온갖 더러운 것들 온몸으로 받아 안고서도
싫은 내색 없이 투덜거림도 없이
푸석푸석 거칠어진 살갗위로
꿈틀꿈틀 용서의 싹이 움튼다
부끄러움과 치욕을 자양분 삼아
더 푸르게 더 싱싱하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줄 아는
여름은 진정 용서의 계절
온갖 더러운 것들 삭히고 익혀서
용서의 싹을 밀어 올린다.
보드라운 연녹색의 속옷을 입고
진녹색의 겉옷을 입고
갖가지 꽃무늬의 망토를 걸치고
욕심보. 심술보. 질투. 분노...
아픔도 서러움도 다 감추고
화사하고 당당하게 웃으며
모든 걸 덮고 모든 잘못을 용서 하는
너그러움과 넉넉함의 극치
나를 칭칭 감고 올라오는
칡넝쿨 으름넝쿨 환삼넝쿨 등나무...
그들 모두에게 몸을 내어주고도
답답한 내색 없이 불평없이
그들을 껴안고 살아가는 자연에서
겸손을 배우고 존경을 배우고
용서와 사랑과 감사를 배우고
덕분에 나는 행복한 촌부가 된다
날마다 행복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