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리 밀리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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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603페이지 짜리 논픽션이다. 난, 에세이집이나 시집이나 단편을 좋아 하는편이지 장편이나 머릿속 복잡한 줄거리는 딱 질색인데... 애들 학생일 때 읽게 하느라고 삼국지.로마인 이야기 수호지...장편 구입해주고 나도 도전해 보려고 몇 페이지 보다가 아직까지 손도 못대고 있는데... 이번에 빌리 밀리건 이라는 책 읽고 감상문 제출 하는 게 울남편 중간고사 과목에 들어 있었다. 나보다 책 읽기 더 싫어 하는 울남편 하기사~책 읽을 시간도 없고, 겨우 강의록이나 읽고 셤 준비 하는 게 다인데 언제 저 긴~~~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써. 몇날며칠을 나한테 해 달라고 보채다 협박하다... 그래도 난 못 들은체 했는데 나중엔 완전 협박~~~~~~ 나, 이 책 읽을 때까지 볏짚도 못 걷고 논도 못 갈고 축사바닥도 못 치우고... 내가 남편 일손이 필요한 게 있어 부탁 좀 하거나 엄마집에 가서 뭘 해놓으라 부탁만 하면 기회는 이때다 싶은지 꼭 협상이 들어온다. "그러면 빌리 밀리건 읽고 독후감 해 줄거지?" 밀당을 꽤 하다가 결국엔 내가 저 책을 읽느라 죽는 줄 알았다. 한 사람 안에 있는 24개의 자아~~~~ 그리고 번역판이라 누가누군지 이름 외우다가 죽는 줄~~ 할 수 없이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은 메모를 하고 중요한 내용은 형광팬으로 줄치고 하면서 정독을 했다. 내가 하찮은 읽을거리도 정독을 하는 습관 때문에 책 읽는 속도가 느린데 더군다나 독후감을 써 내야 하니...결국엔 내가 해냈다. 책 다 읽고나서는 남편에게 도리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듯한 감명깊은 내용이다. 꽤 오래 된 30년이 좀 넘은 미국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거의 수필형식으로 엮어 간 책인데...난, 저 책 읽는 동안 완전 빌리 밀리건에 빙의 되었었다. 내가 사는 게 아니고 빌리 밀리건이 살고 있는 듯했다. 며늘애한테 줄거리를 말해줬더니~~~~"어머니~다 읽으시고 저 주세요." 그러길래 "그잖아도 너 주려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 며늘에게 책 먼저 읽은 과시를 했었는데 책을 며늘에게 줬는지 어쨌는지 암튼 내 눈에 책이 안 보인다. 며늘에게 준 것 같기도하고 아닌 것 같기도하고... 그리고 또 하나~~~뭔가 멋쩍은 짓을 했거나 실수를 했을 땐 "내가 한거 아니야~내안에 사는 누구가 한거야~" 울부부 요새 빌리 밀리건 짓거리 하느라 엄청 재밌어요. 그.리.고... 쉿~~~~울남편 교수님 아시면 클나요. 비밀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