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부네 자식같은 토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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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네 자식 같은 토란
몇 년 전 우리 집 퇴비 얻어 간 사람이, 농사지은 거라며 밤톨만한 토란을 검은 비닐봉지에 조금 가져 왔었다. 나는 토란을 해 먹어 본 적이 없어 빈방에 그대로 뒀는데 봄이 되니 말라 비틀어 져 도토리만큼 작아진 토란에서 싹이 났다. 그냥 버리기엔 아깝고 빈 터 여기저기에 묻었더니 몇 뿌리는 실하게 잘 자라서 방패만한 잎사귀를 보는 것만으로도 한여름의 더위를 식히기엔 충분 했다. 작년에 그렇게 수확 해 놓은 토란을 또 그 방에 그대로 방치 해뒀다 올 봄에 싹이 나서, 이번엔 제대로 밭에 심었다. 심은 양보다는 훨씬 덜 싹을 틔웠지만 싹을 틔운 것들은 줄기는 어찌나 실하던지 내 발목보다 굵은 것들도 있다. 키도 어찌나 크던지 거의 내 키만큼 자란 것도 있다. 토란을 캘 시기가 된 것 같은데 도대체 이 토란을 어찌하여야 좋을꼬? “엄마~엄마 토란 해 먹어봤어? 토란 캐면 뭘 하지 또 토란대는 어쩌고?” 우리 엄마도 토란요리는 별로 인 듯 시큰둥하게 대답 한다. 작년에도 토란대는 그냥 버렸는데 너무 아까워 뭘 해 먹었으면 좋겠는데... 추워지기 전에 토란을 캐기로 하고 칼로 토란대를 쓱쓱 베는데 토란잎사귀가 너무 아깝다. 토란대가 워낙 실하기에 토란도 엄청 알이 굵으리라 짐작 했는데, 에~게 에~게 이건 또 뭐냐~~~ 한 뿌리에 올망졸망 흥부네 자식들만큼 들어 앉아 있는 밤알 크기의 알토란들을 보는 순간, 내 입에서 외마디 소리가 나왔다. “흥부네 자식을 닮았나 우째 이리 많이는 생겼는고??? 도대체 이 흥부네 자식들을 다 무엇에 쓴담?” 아직 토란 요리를 해 본 적도 먹어 본 적도 없으니 고민고민, 인터넷 뒤져 토란요리 찾아보고 올려 져 있는 대로 해 봤는데 별루 맛나게 먹지 않는 남편, 소고기 우려내서 한 음식이라 나는 못 먹고 그냥 눈치만 봤다. 낮에 동네 아줌마랑 이야기 하면서 토란 요리를 어떻게 하느냐 물었더니 자세히 알려 줬다. 토란국도 좋고 졸여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좋다 하길래,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 와 흙만 씻어내고 오븐에 구었다. 감자보다 맛나고 향도 있고 처음으로 먹어 본 맛인데도 거부감 없이 먹을만 했다. 오늘 아침엔 황태를 넣고 토란국 끓여서 나도 먹었는데 그런대로 괜찮다. 나는 요즘 동네 어른들 만나면 토란 이야기 하는 재미 붙였다. “토란이 어쩜그리도 밤톨만한게 흥부네 자식마냥 다닥다닥 붙었대요?” 물으니 “토란은 원래 그런 겨” 라고 하신다. 음~~~토란은 원래 그런거란다 내가 농사 잘 못 지은게 아니란다. 이제야 토란의 속성을 알았다 안심이다. 인터넷 뒤져서 토란의 효능도 알아냈다. 알카리 식품이고 피로회복에 좋고 소화에도 좋다고 돼 있다. 꽤 많은 토란이 말라 비툴어지기 전에 먹으려면 남편을 잘 꼬이는 수밖에 없다. 아침상에 토란국 올려놓고 인터넷 상식을 주절주절 외워댔다. 특히 피로 회복에 좋다고 강조를 해댔다. 요즘 가을 추수 하느라 무척 피곤한 남편에게 귀가 번쩍 띄게 할 말이라는 계산으로... 내 계산은 적중 했다. 큰 국그릇에 꽤 많이 담아 준 국을 다 먹었다. 별루 싫은 내색 안하고 다 먹었다. 이만하면 토란요리는 성공한 셈이다.
내 발목보다도 더 굵은 토란대, 저것은 또 무엇에 쓰랴 버리기엔 아깝고 해 먹을 줄은 모르고...어른들께 또 배웠다. 토란대도 껍질 벗겨 말렸다 볶아 먹으면 좋다고 알려 주셨다. 2~3일 꾸덕꾸덕 시들하게 물기 빠졌을 때 껍질 벗겨 말리다가, 날이 꾸물거려 상할 것 같았다. 껍질 벗긴 공이 아까워 급하게 삶아서 볶았다. 들깨를 믹서에 물넣고 갈고 체에 걸러서 볶았다. 파 마늘과 집간장으로 간 맞추고,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이러다 흥부네 자식 닮은... 올망졸망 생기지 않을 지 걱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