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우리집 송아지들에게 또 한 번 신뢰한다는 말을 남겼다
김장무는 작년 씨앗으로 뿌렸는데도 제대로 싹이 잘 나왔고
예쁘게 잘 자라고 있었는데
울집송아지들(올여름에만15마리가 태어났다)이 들어가서 짓밟아 뭉갰다
그러니 솎아 낼 수도 없었고 풀을 뽑을 수도 없었다
이젠 무가 알타리만큼 자랐길래 손을 댔다
제대로 잘 서 있는 것들은 남겨두고 넘어지고
어깨진 것들 다닥다닥 붙어서 못 자란 것들은 죄다 솎아내고
풀이 뒤덮인 밭도 맸다
말끔해진 밭사이 듬성듬성 남겨 둔 무를 보며 어찌해야 저것이라도 잘 키울까?
고민도 해 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울타리 쳐 놔도 망가뜨리든지 뛰어 넘든지
들어가는 송아지들 말릴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농담을 하곤 하는데 푯말 써 붙일까???
*송아지들 절대 들어가지 마시요*
나는 울집 예쁜 송아지들에게 신뢰한다는 말로 위안을 삼으며
하루하루 김장무가 잘 자라길 기도 한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히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도 차근차근 잘 다져 지면서 쌓여 가는 것인데
그 신뢰가 무너지면 다시 원상회복은 힘이들다
믿어던 도끼에 발등 찍혀 본 경험 누구나 있을 듯한데
배신감에 싸~하게 치을떨게도 된다
아니
가슴은 밤망이질을 해대고 머리는 뜨겁게 달구어진다
얄팍한 생각으로 순간에 실수로 신뢰를 무너지게 만드는 사람들 분명있다
본인이 느끼는지 못 느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또 드러나지 않는다해도
남들은 다 속일 수 있다해도 자기 양심은 결코 속일 수 없다
나중에 후회 해봤자 이미 한 번 깨진 신뢰는 절대로 회복하기 어렵다
나는
우리집 아이들에게 종종 하는 말 있다
윤동주 서시의 한 구절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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