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동네 사는 큰형님네 세째아들이 석형이 입니다 11년전 군 입대한지 하루만에 싸늘한 죽음으로 우릴 맞이했던 석형이... 그 녀석 이름이 내 오래 된 일기장에 있네요
딱 10년 되던 작년 10월에 내가 천도제를 올려줬어요 죽은놈한테 해 줄게 아무것도 없기에 그렇게라도 해 주고 싶어서... ***
1982년 8월12일 목요일 맑음
날마다 서러움의 연속이다
어제 저녁 하는데 어머님이 “토끼 밥이나 줬는지 모르겠다”고 하시길래 밥을 좀 갖다 줬더니 “쌀밥 해다가 토끼나 다 갖다 줬다” 고 야단이시다(하라는대로 했는데)
오늘은 기분이 안 좋다 석형이가 심부름 왔길래 잘 됐다싶어 편지봉투와 우표를 좀 사다달라고 시키니까 어머님이 또 야단이시다 (위험한데 애한테 심부름 시킨다고...)
편지를 쓰면 지가 부치지 애한테 우표 사오라고 시킨다고 가지 못 하게 하신다
그리고는 “엄마한테 사오라 그래라” 하신다 나는 석형이의 자전거 타는 솜씨도 알고 있고 갈 수 있겠느냐고 먼저 물어보고서 시킨 것인데 별걸 다 참견하시고 꼬투리를 잡는다 좀 모른 척 하실 수는 없는지...
지금 나의 속을 뒤집어보면 다 타고 썩어서 검은 재만 남아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