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7월29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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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일기를 보면서 지금 요만큼의 생활에도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일기를 자주 꺼내 봅니다 지금은 시간자유,신앙자유, 마음의자유,건강한 남편과 올곧게 잘 자라준 두 아들과 별로 가진것 없이도 세상에서 젤루 부자입니다*
1982년 7월29일 목요일 맑음 그저께 저녁부터 뇌성벽력과 천둥으로 무섭게 비가 쏟아지다가 금방 그치다가 하더니 오늘은 맑게 개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또 다시 먹구름이 낀다 점심상 차리다가 김치그릇을 깼다 어머님이 부엌에 계시기에 조심 한다는 것이 그만 일을 저질렀다 그리고 괜히 이것저것 참견하시고 꾸중을 하시더니 드디어는 또 성당을 끌고 들어가신다 (아랫집에서 친구들 몇 명이 모여서 닭을 요리해 먹는데 아저씨한테 오라고해서 억지로 가더니 아직 덜 끓었다고 그냥 왔단다) 나중에 어머님이 가셨어 좀 얻어온 모양인데 우리둘한테 먹으라고 하시길래 나는 못 먹는다고 했고 아저씨도 닭을 먹으면 등에 뭐가 난다고 안 먹으려 했다 그랬더니 어머님 말씀이 “교회 다니면 고기도 못 먹느냐 그렇게 잘 먹던 고기를 왜 안 먹느냐 나는 개고기만 빼고 다 먹는다”고 하시면서 몇 번이나 성당을 들먹이고 방에 십자고상 걸어놓은 것 까지 탓을 하신다 “교회만 안 나가면 뭘 하느냐 방에 가랑이 찢어 걸어 놓은것...” 또 주영이가(세째형님네 아들) 내려와 있으니 내가 일이 더 많은 건 사실이다 밥도 제때에 먹지 않고 나중에 따로 차려줘야 되고 버릇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망아지 같다 낮에 어머님께서 부침개를 했는데 이것저것 뜯어먹다 두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어머님이 아저씨 먹으라고 내 놓으니깐 “이게 뭐냐 다 뜯어먹다 두고 더러워서 못 먹겠다” 고 말했는데 그 화살이 나한테 돌아왔다 큰형님께서 수박을 따 가지고 오니까 그 말씀을 하시면서 “저희는 새끼 낳아서 어떻게 키우나 내가 오래오래 살아서 지켜봐야 되는데 저희는 애를 어른처럼 버릇있게 잘 키우나 두고 보자 깨끗한 척 해도 별 수 없더라...” 정말 이대로는 견딜 수 가없다 또 나갈 생각을 해 본다 어디 나가면 여기만 못 하랴 둘이 맞벌이를 하더라도 마음 편히 살고 싶다 십자고상도 떼어서 장롱속에 감춰 두었다 주님은 이 못난 죄인의 심정을 아시겠지요??? 오후 늦게 수녀님과 레지오단원들이 방문을 오셨는데 난 어머님이 아실까 봐 나가지도 못 하고 큰형님이 나가셨어 돌려 보내셨다 주님!!! 제가 얼마나 죄가 많길래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제 신앙이 부족해서 인가요??? 저의 갈 길을 일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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