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건과 마구라 | ||
| ||
얼마전 엄마한테 갔을때 서랍장에서 뭘 찾느라 뒤적이던 울엄마 "야야~~~ 이거봐라 이뿌제??? 이거 우리성당 30주년 기념으로 했다 이거 마구라(목도리) 하면 좋겠제??? 색도 이뿌고..."(진홍색이 이뿌긴 이뻣다) 그 소리 듣는순간 난 배를쥐고 웃느라 잠시 말을 못 하다가 "엄마 그거 누가 마후라라 카더노???" "와~~~~ 봐라 얼마나 이뿌노" "엄마~~~~ 거거 마후라가 아니다" "그라머 뭐고???" "그거 등밀이타올이다" 나의 이말에 울엄마는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엄마~~~~~ 엄마가 잘 차려입고 이걸 목에다 두르고 나가면 신자들이 말은 못하고 그럴거다 '우리신부님 어머니 아마도 치매 온거같다' " 울엄마랑 나랑 박장대소를 하며 실컷 웃었다 (요즘 개업기념이나 선물용으로 흔하게 주는 폭이좁고 긴타올이 꼭 두루마기 목도리같다 노인들이야 색깔 이뿌지 사이즈 딱이지 천상 목도리로 여길만 하다) 내가 못 봤음 아마 울엄마 올겨울에 등밀이타올 두르고 다녔을게다 그 다음에 문학기행때 김점선화가 만났는데 울엄마보다 더 심했다 하얀 그야말로 수건을 목에 두르고 다녔다 궁금한 걸 그냥 넘어갈 내가 아니지 "선생님~~~~ 수건 왜 두르고 다니세요???" 돌아오는 길에 책방에들러 김점선화가의 책을 샀는데 책속의 사진에 예의 그 흰수건을 두른 사진이 실려있다 (시골 농부들이 벼 마당질(타작)할때 까럭 못 들어가게 두르고 다니는 꼴이였다) 아~~~~~ 그것이 컨셉이구나 근데 사진상으로는 멋있다 며칠후 낮에 가게 나올때는 더울정도였는데 밤에 들어갈때 갑자기 추워져 라운드티를 입고는 도저히 못 가겠길래 나두 수건하나 두르고 나갔더니 정말 따뜻했다 급할때 나두 종종 사용해야겠다 다음날 작은넘에게 이 모든얘길 했더니 이넘이 "엄마 그거 얼마나 따뜻하다고요" 그런다 이넘도 해 봤다는 소리다 고민이 생겼다 괜시리 울엄마를 바보노인 취급했나... 그냥 두르고 다니게 할걸 그랬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