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 7월9일 금요일 맑음
어제저녁 아버님의 농담으로 어머님은 화가 나셨고, 술을 조금 갖다 드렸다고 야단을 치시길래 사실대로 얘기를 했다 셋째아주버님이드리라고해서 갖다 드렸다고 그랬더니 "너희들 짜고 그러는 것이냐 나 내쫓으려고 짰냐?"고 울먹이고 떠들고 야단이시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어머님이 잘못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우리들은 생각지도 않은 말을 하시면서 뒤집어 씌우는지 정말 미칠 것 같다
가을이나 되어야지 돈 얻어 쓴 것 다 갚고 어디로 가든지 해야 되겠다고 눈물을 흘리시면서 신세타령이시다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시지도 않고 아침진지도 안 잡수시더니 설거지 다 끝내고 빨래를 하려는데 불쑥 나오셨어 다라에 뭘 담아서 이고 나가시길래 내 생각엔 저쪽 부엌에서 보리쌀을 가지고 나가시는 줄 알고 이상히 여기면서도 빨래를 해 놓고 마루 닦는데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속이 안 좋고 어지러워서 아까 먹은 소화제 때문인가 왜 그런가몰라 내 할 일도 다 했겠다 한 잠자고 일어났더니 어머니께서 또 야단이시다
"얘~ 나 아침 먹었냐? 내가 아침을 안 먹어도 꼭 끼니때가 돼야 주니 한 숫갈 얻어먹기 더러워서 눈으로 안 보는게 편하지"
난 얼른 나가서 상을 차리는데 그만 두라하시고 또 나가신다 정말 해도 너무하신다 이런 일이 언제 또 있었던가 오늘이 처음이건만 여러 번 있었던 것처럼 말씀하시고...
이럴 땐 어찌해야 좋을지 정말 괴롭다
조금있다 아저씨가 풀을 베어 왔길래 진정으로 부탁했다 우리가 나가도록 하자 하루라도 빨리...
나 때문에 어머니가 괴롭고 불편 하시다면 우리가 나가는 것이 도리라고, 가을이 되기 전에 나가자고 했다
그동안 아저씨가 몇 차례나 나가자고 요구했을 땐 참고 살자고 내가 싫다고 했는데
이제는 어쩔 수 가 없다 그 어떤 누명도 다 참아내겠는데 어머니 쫓아냈다는 말만은 듣고싶지가 않다
내가있어 노동은 덜 하실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받는다면 우리가 나가는 것이 효도일 것이다
나대로는 효부가 되려고 노력을 기울이지만 어머님 눈에는 반도 안 차나보다 그럴것이 어머님과 나와는 생활방식도 다르고 세대차이 성격차이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 좋은 고부사이가 되고 싶었는데 정말 유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