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6월24일 목요일 맑음
아침나절에 시장에 갔다. 송란이도 만날 겸 미란이 소식도 알아볼 겸 나갔는데, 아무도 못 만나고 내가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먹고싶은 떡을 조금 사서 왔다.
이틀동안 잘 먹고도 속이 메스껍지가 않더니 오늘은 속이 메스껍고 별로 먹고싶지가 않아서 외할머니랑 떡을 나눠 먹고 잠을 잤다.
저녁에 연화가 왔다. 그러지 않아도 집도 모르고 해서 스스로 오고싶은 맘이 생기도록 내 맘속으로 빌었는데, 연화가 진짜 왔다.
연화가 하는 말이 자꾸 오고 싶어서 내일 올려다가 왔단다. 엄마가 참외랑 복숭아를 사 와서 잘 먹었다.
좀 늦게 들어오신 아버지도 기분이 무척이나 좋으시다고, 우리 둘에게 신앙문제에 대한 말씀을 하신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현명하신 우리아버지.
사리판단이 분명하시고 우리들이 나아 갈 길을 잘 타일러 주신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어렵다 하더라도 6.25도 겪어 나왔는데 그까짓 것쯤 못 참겠느냐, 신앙의 어려움은 슬기롭게 급하게 해결하지 말고 천천히 단단하게 다지라고, 그리고 시집살이란 원래 그런 것 시어머니 심술은 천정에서 부터 내려온다는 옛말이 있다. 잘 참고 견디면 성공이 있을 거라고..."
"예수님이 아무런 죄도 없이 억울한 누명 쓰시고 십자가에 죽으심 같이 내 가슴에 못을 박으면서 잘 참아내라"고 타일러 주신다. 정말 현명하신 우리아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