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6월23일 수요일 맑음
큰맘먹고 머리파마를 했다. 아버지께서는 파마를 못 하게 하시더니, 나를 보시고는 더 나아 보인다 하시고, 엄마도 괜찮아 보인다고 했다. 촌스럽고 길어진 생 머리보다는, 아직은 좀 어색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나은 것 같다.
오늘도 참외를 사 오셨다. 뭐든지 먹고 싶은 것 다 사 주시겠다고 아버지께서 어제 말씀 하셨다. 나의 지금위치를 눈치 채시고 잘 해 주시고 즐거워하신다. 어제 배추김치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저녁때 나가셨어 배추를 갖고 오셨다.
오늘 점심도 게를 쪼려서 상추쌈과 잘 먹었는데 속이 부담스럽지도 않고 아주 편안하다. 오늘 병원엘 가 볼 생각이었는데 어제 이모가 그랬다. "병원가면 의사들이 자꾸 만지고 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도리어 안 좋다"
그 말을 들으니 그러지 않아도 두렵기 만한 병원 갈 일이 안 가도 될 것 같다. 엄마도 그랬다, 병원에 안 가도 된다고...
지금 같아선 나도 가고싶지 않고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으니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