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6월22일 화요일 오후에 비
정말 꿈마다 그리던 집에 왔다. 살은 쭉 빠지고 까맣게 그을러서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봐 마음 조이면서 왔다. 그동안 나 때문에 무척이나 걱정 하시고 애 태우신 부모님이라 반갑게 맞이해 주시면서도, 안 좋은 일로 왔는 줄 아시고 걱정스런 시선이시고, 내 몰골을 보고는 엄마는 눈물부터 글썽인다.
집에만 오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어떻게 들어오나 염려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마음이 편하고 자유를 얻은 기분에 그저 좋기만 하다.
외할머니도 건강이 좋으시고 엄마 아버지도 생각보다는 무척 뵙기가 좋으시다. 나 때문에 기도 때마다 특별기도를 드리시고, 나의 신앙생활을 어떻게 해야 좋으냐고, 시집 잘 못 보냈다고 엄마랑 아버지랑 다투기도 여러차례 하셨단다.(울아부지가 억지로 보냈으니까)
나의 신앙생활에 관한 얘기를 들으시고, 나의 결심을 들으신 아버지께서는 내 생각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시고, 성서말씀에도 부모 공경이 첫째라고 우선 부모님 마음 편하게 해 드리고 당분간은 성당을 못 나가되 그렇다고 신앙이 약해지거나 기도생활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 하셨다.
그렇게도 먹기 싫던 음식들이 집에 오니 다 먹고싶고 속도 메스껍지가 않고 골도 안 아프다. 수박이랑 감자 오이 밥 위에 찐 양배추로 밥도 싸 먹고 정말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