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6, 9, 수, 맑음
낮에 레지오 단원들이 방문을 오셨다. 어머님 아시면 날 리가 날 것 같아 반갑기보다는 두렵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마침 어머니께서 나가시고 안 계시기에 조금은 다행이었다.
얘기를 조금 하시다가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어머님이 오셨다. 우리는 일어서서 어머님을 맞이했지만, 싫은 내색을 하시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 으로봐서 심상치가 않았다.
그래도 레지오단원 아주머니들은 웃으시면서 말을 걸었지만, 말 상대도 안 해주고 한마디씩 하시는 말마다 쌍스런 말을 하신다.
대문 밖까지 배웅을 하고 들어오는데 집에 들어오기가 지옥에 가는 것 보다 더 싫었다. 아니나다를까 우물에서 욕을 하시면서 나를 홀겨 보는 그 눈길은 아연질색 하겠다.
크지도 않은 눈을 치켜뜨고 째려볼때는 살인이라도 할 것 같다. 나의 변명할틈도 없이 혼자 떠들고 야단이시다.
저희친정에서 하던 버릇 시집와서도 하고 지랄하고 자빠졌다는 둥, 듣기도 괴로울 정도로 쌍스런 말을 하신다.
집으로 불러 들였다느니... 당신생각 대로 말을 내 뱉는다.
아버님방 마루에서 듣고계시던 아버님께서 그러지 않아도 술이 얼큰하게 취하셨는데 가만히 계실 리 가없다.
술만 취하시면 하시는 말을 또 하셨다. 서로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오고가고 죽어라 죽여라 이리저리 밀고 야단이시다.
부엌에서 울음을 참고 있다가 나가서 말리는데 한사람이라도 참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점점 더 큰소리가나고, 나는 있는 힘 다해서 아버님을 말렸다. 그래도 아저씨는 나오지를 않는다. 겨우겨우 아버님을 아버님 마루에 앉게하고 나도 함께 앉아 아버님께서 싸움을 못 하시게 하는데, 언제나 옳은 말씀만 잘도 골라하시고 나를 너무 잘 이해해 주시는 아버님말씀에 흐르는 눈물을 삼키고 또 삼키고 있었지만 결국은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동안 안채로 건너간 아저씨가 어머니께 별 소리를 다 듣고있더니 불쑥 와서 나를 끌고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싸우던지 말던지 말리지 말라고 하면서...
아버님께서 어머니를 죽인다면서 이쪽으로 오시니깐 어머니는 우리방 문을 열어젖히고 욕을 하시면서 따지자고 난리를 피우니깐, 아저씨가 어머니를 밀어내고 방문을 잠그고 드러누워 버렸다.
어머니는 계속 신세 타령등 울고 가슴을 치고 욕을 하시고 혼자서 법석을 떨었다. 뒷 이야기를 다 쓸려니 한도 끝도 없다.
저녁때 나를 붙들고 또 야단을 하시길래 잘못했다고 빌고 싫은 소리를 다 듣고 참았다.
요즈음 부산 둘째 아주버님도 돈 때문에 왔다갔고 셋째 아주버님 일도 뜻대로 안되고...
어머니 자신이 젊어서부터 고생하면서 키워온 자식들이 별 뽀족한 수 가없고 아버님은 속을 썩이지 그러니깐 그 화가 다 내게로 온 것이다. 어머니의 입장도 조금은 이해를 하지만 내게 너무 지나치게 하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