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지람을 하는 것과 듣는 것의 차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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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지람을 하는 쪽과 듣는 쪽을 나누어 생각해 보면, 꾸지람하는 쪽은 억눌렸던 '에너지'를 발산하는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때로는 꾸지람이 시간적으로 정도를 지나칠 위험이있다. '이 멍청이같은 놈' 이라고 성을 내며 꾸지람을 하면, 듣는쪽은 시간이 길어서 어찌 할 바를 모르지만 하는 쪽은 억눌렸던 감정을 푸는 쾌감 때문에 시간이 짧다고 느끼며 곧잘 지나치게 성을 내게 된다. '광음(光陰) 은 화살과 같다' 라거나 '하루가 천추(千秋) 와 같다' 는 말이 있는 것처럼 주관적 시간의 길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꾸지람을 듣는 쪽에게는 '하루가 천추같고', 막 퍼 부어대는 쪽에게는 '광음이 화살같이' 흐르므로 시간이 지나는 것을 잊어 버리게 된다. 하지만 꾸지람은 지나쳐서는 안된다. 짧게 하면 알 수 있는 꾸지람을 길게 하면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그것이 핵심에서 벗어난 꾸지람이라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참으면 되지만 정확하게 급소를 찌르는 것이라면 상대는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말하는 사람은 보기 좋게 적중시킨 것에 의기양양하여 되풀이해서 말한다. 그러나 핵심을 찌르는 꾸지람일수록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간결해야 한다. 물론 핵심에서 벗어나 간단하게 꾸짖는다고 해서 상대가 모두 깨닫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길게 말하면 부모의 머리가 나쁜 게 아닌가를 의심하게 만들 뿐, 별 효과가 없다. 그런식으로 꾸지람의 권위가 실추되면 부모의 권위마져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꾸지람은 핵심에서 벗어나서도 안되며, 적중한 꾸지람이라 해도 지루하게 늘어놓아서는 안된다. 이유가 분명하지 않거나, 뜻을 알 수 없거나, 당치 않은 꾸지람은 모두 실격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를 갑자기 꾸짖으면, 아이는 '엄마가 그릇이라도 깬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릇을 깬 화풀이로 엄마가 성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꾸지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도망가 버릴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또 히스테리구만 ' 하고 무시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꾸지람은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라' 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하라는 뜻일 뿐만 아니라 상대로 하여금 그 사정도 알게 해야 하며, 내용이나 시간도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자기의 생각을 간단한 말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 있지 않다, 조그마한 불평을 하는 데에도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게 말을 한다. 에컨대 '내가 열심히 말을 하고 있는데 당신은 다른 쪽을 쳐다본다', '식사할 때에는 항상 신문만 본다' 와 같은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진정한 불평의 덩어리는 그것이 아니다. '뭐라고 말 좀 해요' 라든다 '또 그 쪽을 보네' 라고 말을 하지만 실은 '내가 매력이 없어졌으니까, 그러니까 저를 향하지 않는 것이지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아니면 '저도 아직은 매력이 있으니까 조금은 보아 주어도 좋은데' 라는 것이 아마 이런 불평의 근본일 것이다. 거울을 보면 자신은 아직 매력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남편은 그것을 모른채 신문만 보거나 한다. 그런때일수록 부인은 부드러운 말이나 매력적인 말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 신문만 보고 있네' 라는 식으로 불평을 하니까 남편은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불평 한 번 하는데에도 전혀 세련되어 있지 못하다. 어른인 남편에게 하는 불평이나 잔소리도 표현이 확실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데 하물며 어린이나 자기보다 지식이 적은 사람을 꾸짖을 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확실치 않다면 곤란하다. 꾸지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엄마가 바보 취급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그렇게 되면 아이를 지도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어린이가 꾸지람을 다시 듣는 것은 아닌가 하고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면, 그것은 아이가 꾸지람을 이해 했기 때문이 아니라 꾸지람으로 아이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즉, 칼이나 권총 대신 꾸지람을 이용한 것과 같다. 그러한 꾸지람은 되풀이할수록 듣지 않게 된다. 그리고 할수록 바보로 취급받게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