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시가 좀 지나서 드디어 송아지가 태어날 것 같은 기미가 보였다
모래주머니라는 것이 나와있었다
아저씨가 급히 전의우체국 가서 조치원가축병원에 전화를하고 오시는동안 우리는 소여물도 좀 데우고 마음 조이고 있었다
의사가 와서 보고는 기계로 빼내는데 사태가 심상치 않았다
물을 데우면서 어머니는 또 나를 나무라신다 "오늘 같은 날 하루 성당 안가면 어째서 나갔다왔냐 다 제몸 위해서 나가는거지..."
재수가 있으면 새끼를 낳을 거고 재수가 없으면 못 낳을 것이라고 모든 우환을 다 나를 초점으로 두고 말씀하신다
어머니는 성당나가면 나를 위해서만 기도 드리는 줄 아신다
천만의 말씀이시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는 소를 위해서도 얼마나 많은 기도를 드렸고 부모님이나 가정을 위해서 날마다 기도 드리고 있는데...
의사와 아주버님 아버님 우리아저씨 또 의사와 같이 온 사람과 여럿이서 새끼 꺼내는 작업을 하시는데 아무래도 일이 잘못되는 것 같았다
드디어 큰 소가 소리도 요란하게 넘어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제 다 끝났다 싶었다
의사도 송아지 버리겠다고 큰 걱정을 하고...
어머니는 마루에서 방으로 방에서 마루로 이리저리 뛰고 뒹굴고 소리지르고 야단법석이시다
이럴 땐 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어쩌면 좋으냐고 같이 울고싶지만 그랬다간 어머님이 뭐라고 하실지...
집안의 조그만 일도 나의 신앙 때문에 생기는 우환으로 생각하시고 나에게 뭐라고 하시는데 이럴 수 도없고 저럴 수 도없고 사후대책을 어떻게 해야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내가 못 올 집에 왔다는 후회가 생겼다 앞으로 내게 닥쳐올 시련을 어떻게 다 참고 견딜지 도저히 여기서 살 수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난 오직 기도만을 드렸다 간절하게...
(주님! 이불쌍한 죄인에게 고통을 좀 덜어주시고 축복을 주시어 소가 순산하게 도와주소서
당신이 만든 피조물인데 좀 살려주세요 출산의 고통을 없게 하시고 집안의 우환을 막아 주세요
왜 이다지도 시련을 주십니까 주님이 존재하신다면 기적이라도 좀 보여주세요) 나의 애타는 기도는 가슴이 쓰리도록 계속 되었고 어머니는 계속 이리저리 뒹굴고 야단이셨다 "아이구 저 소 불쌍해서 어떻게 햐 아이구 아이구 소 죽이네 차라리 낳다가 죽더라도 의사를 부르지 말 것을 3일 동안 굶고 이틀동안 치료하느라 물 한 모금 안 먹었으니 저거 불쌍해서 어떡히햐"
어머니 입장은 당연히 그럴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10년쯤 함께 살아온 소 인데 죽는다니 어머니 입장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큰 소도 송아지도 다 살아났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제 저도 살았습니다 주님 언제나 함께 하시어 도와주소서)
뒷 심부름을 하는데 가슴 조였던 쓰라림이 가슴 떨림으로 서러움의 눈물로 변해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