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때문에 요즘 들어 집안 분위기가 더욱더 살얼음판이다
새끼를 낳을 때가 지났는데도 아직 낳지 못하고 밑이 빠지고 항문까지 빠져 어머니신경을 온통 날카롭게 하고 있다
그 화난 성미는 모두 나에게로 날아온다
오늘도 새벽부터 꾸중......
그저께 뜯어놓은 아욱으로 그냥 국을 끓이려고 했다가 꾸중을 들었다
"조금만 뜯어다 냄비에 끓이되 소여물하고 난 숯으로 끓여라"하시길래 그렇게 했는데 아욱이 너무 적게 들었다고 또 꾸중
먹고 싶지 않은 밥이지만 내색 안으려고 함께 먹긴 했지만 넘어가지 않아서 몇 술떠다 나와버렸다
설거지 끝내고 빨래를 하는데 삶을 것이 있어 대야에 삶으려고 조금 남은 숯불을 화롯불에 담아서 얹어놨는데 빨래를 다하도록 끓지를 않아 석유곤로에 잠깐 올려놨더니 또 꾸중
"뜨겁기만 하면 되지 뭘 또 곤로에다 얹어놨느냐 물은 왜 이렇게 많이 부었느냐..."
빨래를 푹 삶아야지 끓이다 마는 것은 처음 봤다
"다음부터는 솥에다 불 때서 삶아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참으면서 빨래를 내려서 빠는데 왜 그리도 서러운지... 다 집어치우고 집에 가고 싶었다
울고싶어도 못 울고 내 의사를 밝히지도 못하고...
꾹꾹 참고 빨래를 하는데 언제 오셨는지 아저씨가 오셨어 "왜 화가났냐?" 물어셨다 고단하게 일하시는 아저씨께는 걱정을 끼쳐 드리지 않으려고 웃으려 했지만 서러움이 북 받쳐서 눈물이 맺혔다 얼굴을 들 수도 없었다
아저씨는 일하시면서 속상하시겠지...
못난 아내 둔 덕택에 속상하시겠지...
참지 못하고 어두운 표정 짖고있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 금 할길이 없다 부디 일하는데 정신팔려 내 생각은 하지도 마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