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쉰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첨으로 참깨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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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팔자에도 없었고 내 사전에도 없던 참깨를 쉰이 다 되어가는 이나이에 첨으로 심어봤어요 (심었다고 해야 하는건지 뿌렸다고 해야 하는건지...) 촌에 살면서도 무늬만 촌아짐 이었답니다 해 본 농사일 보다는 안 해본 농사가 더 많고 할 줄 아는 것 보다는 못 하는 농삿일이 더 많은 골칫덩어리 촌아짐 이지요
참깨를 심게된 동기는 이렇습니다 올봄 모판 망쳤다고 약 올라하던 나의남편께서 논일 마무리 해 놓고는 사료작물 심는 논에다 거금 들여서 비닐하우스를 지었답니다 그것도 시설재배용 하우스를요 그냥 비워두기 아깝다고 뭘 심긴 심어야 겠다더니 참깨를 심고 싶다고 합디다 나야 뭐 그냥 따라야지요 제대로 할줄 아는것도 없으니... 오늘아침 이것저것 연장 챙겨서 차에 싣더니 빗자루를 찾길래 눈 쓰는 빗자루 플라스틱으로 된걸 보이니깐 그건 안된다 해요 내 생각엔 참깨가 아주 작으니까 흙을 고르게하고 이물질을 쓸어 내려는 줄 알았거든요 이번엔 자기가 소 사료창고에서 소 사료조 쓸어내는 빗자루 찾아 나오더니 그것두 안되겠다는 겁니다 나는 삐뚤게 닳은 부분을 바르게 짤라서 빳빳하면 흙이 잘 쓸릴것 같아서 옆에만 짤라 내면 되겠다고 했더니 그게 아니라 닳지 않은 부분이 더 많아야 된답니다 빳빳하면 안된다고 나 한데 바보라고 놀렸어요 나는 영문을 모르니깐 그러려니 했지요 결국 빗자루는 형님네서 공수해다 쓰기로 하고 우린 산을 내려 갔어요 동네 사시는 맏시숙님께서 미리 나와 계셨구요 드링크 빈병뚜껑에 못으로 여러구멍을 내고 그 안에 참깨를 넣고 알갱이 털어낸 수수목을 여나무개 가지고 오셨더니 끈으로 단단히 묶었어요 (하우스 바닥은 새벽에 울신랑이 내려가서 흙살을 떡고물처럼 곱게 로터리 쳐 놓고 왔거든요) 흙살고운 하우스 바닥을 삽으로 몇 두둑으로 나누고 나서 신랑은 굉이로 골을 타고 시숙님은 드링크병으로 깨씨를 뿌리고 저 한테는 아까 만들어 놓은 빗목으로 덮으라는 겁니다 그때서야 빗자루의 사용처를 알게 됐었지요 골을 중심으로 이쪽한번 저쪽한번 번갈아 가면서 흙을 쓸어다 덮었는데 자꾸 뒤쳐지니깐 이상했던지 아님 내 꼴을 보셨던지 시숙님께서 한말씀 하셨어요 "쓸기만 해유~~~~~~~~~~~" "예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냥 쓸기만 해유~~~~~~~~~~~~" 뭔가 예감이 이상해서 "예~~ 그런데 흙이 무거우면 깨가 못 일어나나요???" "제 피(무게)만 큼만 덮어유~~~~~~ 피 가 얼마나 되유~~~~~~~" 아뿔사 아뿔사 그런걸 나는 몇줄을 하는동안 깨에게는 몇톤의 무게만큼 느껴질 흙을 덮었으니 이걸 어쩌나 팔에 힘을 빼고 쓸쓸 장난하듯 하면 되는 걸 잘한다고 꼼꼼히 덮었으니... 나중에는 제대로 잘 하고 빨리 따라 가니깐 울신랑이 놀립니다 "민형엄마~ 잘 하네~~~" "이제 이력이 나서 잘 하지 그럼~~~~~~~~~" 한낮의 열기가 하우스안을 후끈후끈 달아 올리는데 녹음 짙어가는 앞산 뒤산에 뻐꾸기 울음소리 들려오고 내 머리속엔 조영남의 모란동백 가사만 자꾸 떠 오르고... 그렇게 우린 참깨 농사를 시작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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