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고 부터 보이지 않았는데 점심때가 되어도 오시지 않는 아저씨..
점심상을 치우다 어머니께 여쭤 봤더니 앞에 민수네 논에서 일하더라고 하신다 나가 봤더니 경운기로 논을 고르고 있었다
내일 모내기를 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다 내리 쬐는 햇빛아래 무논에서 일하는걸 보니 마음 한구석이 찡하다 내가 괜히 시골서 살자고 해서 저런 고생을 시키나 싶어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저녁에 어깨라도 주물러 드려야겠다
그런데, 저녁 먹고 씻고 나서 물을 길러 주겠다고 하시길래 어머니한테 야단 맞으니까 그만두라고 했더니 "엄마가 뭐라고 하면 어떻냐"고 물을 퍼 주었다 요즘 따라 공동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아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려 바케스로 들어다 가마솥에 가득 채우기란 정말 힘에겨운 일이다
어제저녁에도 내가 설거지하는 동안 아저씨가 물을 길러 줬는데 어머니께서 나오시어 하시는 말씀이 "뭣 하려고 물을 퍼다 붓느냐?"
아저씨가 목욕하려고 그런다고 농담으로 받아 넘기니 또 나한테 물으신다
나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해 버렸다
뻔한 사실을 가지고 묻고 할것이 뭐가 있는가
저녁마다 큰솥에 물을 가득 채워 놓는 당연한 사실을 가지고...
아저씨가 물 좀 길어준다고 심술을 부리신다
또 한마디 덧 붙이신다
"물이 없어 군불도 못 땠냐?"
내일부터는 불을 때서 저녁을 하라고 하신다 시키는 대로해야지 별수가 있는가 5장6보에 심술보 하나더 붙어 5장7보라는 놀부의 마음씨를 좀 닮은 것 같은 어머니...
이해심이라고는 찾을 수도 없고 당신 마음대로 당신 하고싶은 대로 고집대로 다 해오신 어머니
내가 참고 견뎌내야지...
어머니의 성격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내야지...
아저씨께는 최선을 다해 잘해드려야지 우리의 사랑이 영원하도록...
죽어도 딸은 낳고싶지가 않다
기껏 키워서 남의집에 줄때는 이런서러움 받으라고 주지는 않을텐데...
매일저녁 조금이라도 더 얘기를 나누고 싶어 농담도 하시면서 웃고 하시던 아버지가 보고싶다
*** 이 날이 시집간지 한달 된 날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