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5월6일 목요일 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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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치원으로 아저씨가 예비군훈련 가는 날이라 좀 일찍 깨워달라고 했는데, 5시50분에 깨워줬다. 약간 늦은것 같아서 서둘러 밥 안치고 국 끓일준비하고, 김밥 쌀 준비하느라 마음은 바쁘고 조급했다. 그런데 소 여물 하시던 아저씨가 건너오셨어 불을 때 줬기때문에 한결쉽게 밥을 지었다. 아버님께서는 거의 날마다 술을 드시고 신경을 쓰이게 하지만, 우리아저씨는 정말 멋진 분이다. 한국의 엘리트다. 최선을 다해 존경과 신뢰로써 섬길것이다. 아버님께서 술 드시고 성가시게 하더라도 잘 받아들이고 이해 할것같다. 우리아저씨가 너무 좋은분이기에 그 어떤 시련도 다 이겨낼 자신이 있다. 정말 멋진 나의 남편이다. 행복이 나날이 더해간다.
아니나 다를까 또 깼다. 어머니와 함께 우물에서 시금치를 다듬다가 비워놓은 항아리뚜껑을 또 깼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별로 야단을 치지 않고 이해를 해 주셨다. 낮에 어머님과 많은얘기를 나눴는데, 이젠 나를 신뢰해주고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았다.
1982년5월8일 토요일 맑음 좀 바쁜 하루였다. 어버이날 이지만 꽃 한송이 달아 드리지 못해 죄송스런 맘이다. 하지만 시골이라 쉽게 구할수도 없고 내맘대로 밖에 나갈수 없으니 어쩔수 없다. 마당 비닐하우스에 있는 고추모를 밭에 내다 심었는데, 나도 생전 첨으로 농사일을 도왔다. (고추모 뽑는것도 도와드리고 고추모에 물도 주고...) 내딴에는 무척 힘든 일이었다. 저녁을 지을때는 정말 바빳고 조금은 서글펐다. 부엌에 들여다놓은 나무도 없고, 시금치,상추를 뽑아다 씻고 반찬을 만드는데, 왜그리 마음은 조급한지, 금방이라도 밭에 나가신 어른들이 들이닥칠 것만 같았다. 구슬땀이 쏱아지고 열이 나는데, 아버님은 술에취해 따라 다니면서 성가시게 하시고 정말 바쁘게 저녘을 지었다. 우리아저씨는 무척 피곤하신가 보다 이불도 깔지 않고 그냥 쓰러져 주무시다니...
1982년5월9일 일요일 흐림 이상도 하다. 어제 저녁은 국밥을 지어서 마음을 조였는데,오늘 아침은 어제 저녁을 생각해서 물을 약간 적게 부었는데, 취사에서 보온으로 넘어오지도 않고 밥이 끓지도않고... 이상해서 열어봤다면서 어머님이 물을 더 부라고 하시길래 더 부었는데도 밥이 설어서 상을 들여가는데 쥐구멍늘 찾고 싶었다. 그런 내맘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어머님 말씀이 "왕모레 씹는것 같다" 하시면서 그동안 나의 실수들을 웃으시며 말씀 하셨다. 집에서 하는것과는 다르다. 잘 하려고 해도 더 많이 실수를 하니... 아저씨께서 변호를 해 주셨다. "집에서는 물을 끓여서 하더라... 오늘 밥이 오들오들하고 더 맛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안했으면 좋겠는데, 저녁밥은 또 질적질적하게 지어졌다. 내일 아침부터는 정말 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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