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살면서
농삿일에 한우사육에
술, 담배도 안하고 도박도 안하고 다방도 안가고
나 이외에 다른여자 거들떠도 안보고
착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고
말도 적고 아들들한테 간섭안하고...
늘 언제나 어디서나 난
울신랑 120점을 줬다
그 점수 준것에 후회도 없지만
사고뭉치 울신랑 우째야 좋을지
7년전 부터 해마다 사고 내는데 내가 미치겠다
우리집은 산이라서 평지가 거의없다
축사도 계단식이고 축사와 축사 사잇길만 평지고
다른곳은 다 비탈이다
비탈에 차를 잘못 세워놔서 급기야는
내 다리가 두동강 나는 사고를 냈었고
남의집 예초기 고쳐주러 갔다가 그집 할머니 다리 잘리는
사고가 났었고
남의 차랑 뽀뽀한적도 여러번
한번 사고나면 수백만원씩 날리고
또 억울하게 뒤집어쓰고와서 다시 뒤집으러
다니느라 내 목은 쉴대로 쉬어서 말도 안 나온적 있고
그래도 사건 뒤집고 나서
울신랑한테 뒤집어씌운 그 나쁜 사람한테
실컷 푸악하고나면 속이 다 후련한 적도 있었지요
구제역 방역하려 다니다 또 사고나서 몇백 갖다 버리고
그래도 울신랑 노력 덕분에 우리지역에 구제역 안들어오고
그냥 지나간것 같아서 고마웠지요
살짝 뽀뽀한것은 다 빼고라도
사고내다내다 이제는 뒤따라가던 내차를
후진하다 들이받은 사고도 있었지요
혼자서 낸 크고작은 사고도 다 제쳐두고라고
오늘 또
볼일보러 간다고 급하게 나가더니
바로 전화 왔습니다
사고 났다고
내가 미치겠습니다
빚 보증 쓰준것 때문에 이번주에 오천만원이나 대위변제
해주고 돌겠는데 또 사고까지...
이일을 우째야 할지 속을 끓이고 있는데
볼일보고 들어왔습디다
다행이도 큰사고 아니라서 서로 반반씩 물기로 했다나요
우리차는 화물차라서그런대로 괜찮고
상대차도 워낙 낡은차라서 수리비가 많이는 안 들것 같다네요
정말 정말 다행인건요
단 한번도 인사사고는 안냈다는 겁니다
차가 무지하게 부셔져도 다치지는 않는 고마운 사람이지요
누가 잘했던 못 했던 간에 덜컥 다쳤어
누워 있으면 소들을 누가 다 관리하고
일은 누가 다 합니까
나야 입만 살아서 쫑알쫑알 대지요
울신랑 분명 120점짜리 맞지요?
한번씩 사고치면 미안해서 일을 더 잘 한답니다
안 스럽기까지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