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성당 갔다오는 길에
개울에서 나물 뜯는 큰형님과 옆집 아주머니를
만났었지요
뭘 뜯느냐고? 차를 세우고 물었더니
돌미나리 캐신다나요
많으냐고 다시 물었더니
별로 없다시길래
우리집으로 가시자고 모시고 왔었지요
우리밭에 10년전 밭둑에서 캐다심은 돌미나리밭이 있거든요
10년동안 어찌나 많이도 번졌는지 꽤 크다란 미나리밭이 되었거든요
나도 덩달아 한줌 캐고 철이 좀 지난 냉이도 한줌 캤었지요
함께 점심을 먹고 두분은 다시 미나리밭으로 나는
담궈놓은 장을 떠야할 때가되서 장을 떠고
빨래며 집안일하고 어쩌나보니 캐놓은 나물을 다듬지도
못 했었지요
어제도 아침 일찍 몸도 마음도 바빠서 못 다듬고 물에 담궈 뒀었지요
어제 저녁엔 살짝 데쳐서 뒀어요
그걸 오늘 다시 다듬어서
고추장에 마늘야간 파약간 집간장조금 설탕조금 깨소금 식초 두어방울 넣고
조물조물 무쳤지요
조물조물 무치는 내손을 보면서 예전
우리 시어머니의 손을 다시 봤습니다
이렇게 봄날이 되면 논으로 밭으로 나갔다 오시는 길에
언제나 손에는 봄나물 한줌이 들려 있었지요
돌미나리 씀바귀 원추리 홋잎 고사리...
금방 뜯어온 나물을 살짝 데쳐서 양념에 주물주물 무치시던
어머니의 투박한 손
우리어머니의 손맛은 최고였습니다
나물 무친 크다란 양푼에 밥을 넣고 쓱쓱 비벼서 어머니랑 먹던
생각나서 오늘은 나 혼자 흉내를 내 봤었지요
이제 가을까지는 온갖 나물과 푸성귀가 나의 밥상을 맛나게
해 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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