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녹번동에 사는 김모 주부(45세)는 요즘 고민이 늘었다.
평소에 모범생이고 착실했던 중학생 외동아들의 최근 행동이 보통 거슬리는 게 아니다. 얼마 전 무심코 인터넷을 사용하던 중 아들의 인터넷 검색경로를 알게 되었다. 아들이 검색한 사이트엔 선정적인 동영상은 물론 폭력적이고 야한 일본게임들이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대책에 고심중인 김모 주부는 ‘아들이 성에 대해 관심을 가질 시기라 해서 무작정 방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토로했다. 요즈음 이러한 청소년의 인터넷의 부적절한 사용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고, 그로 인한 부모들의 자성의 목소리와 해결책들이 모색되고 있다.
현대 사회의 문화코드는 디지털이고, 디지털 활용은 기성세대는 물론 청소년 특히 유치원생까지 저연령화 되어가고 있다. 특히 청소년 문화는 그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기에 기성세대의 자아비판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또다른 변명거리를 찾기에 급급한 편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청소년 인구는 1,130여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24%를 차지한다. 결코 무시 못할 숫자이며, 이들은 곧 소비계층으로서 승산이 보이는 매력적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4%라는 거대한 소비집단을 겨냥하는 졸속한 생산계층이 또다른 사회악으로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청소년 소비집단의 실제적 주 소비자가 그들 부모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부모들이 자신의 주머니가 털려나가는 것에 울상짓는 간단한 사안도 아니다. 또한 부모입장에서 내 주머니가 비어진다는 단순한 논리로 무조건 청소년 겨냥상품에 대해 비판의 잣대를 대는 것은 더욱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더 큰 형이상학적 이유가 존재한다. 기어다니는 아기가 좋아할지 모르니 날카로운 칼을 만들어 쥐어줄 순 없다. 즉 가치화 수준이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상품을 구매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케 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기준보다는 보는 것과 느끼는 것, 즉 본능적 감각에 조금더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기교육 등 비교적 나이 어릴 때의 교육을 중요시하는 것이, 시,청각적인 효과가 어릴수록 스펀지처럼 잘 스며들기 때문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무엇보다 청소년에 대한 정책과 교육환경 조성을 중요시한다. 교육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도 청소년 문제와 환경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독일에서는 18세가 되면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물론 그 이전부터 경제관념에 대한 교육과 비전에 대한 준비작업이 시작된다. 이에는 학교, 부모, 사회가 합력해서 청소년의 판단기준을 도와준다.
올해 김나지움(인문계 고등학교)을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한국계 독일인 유나(가명, 18세)양은 벌써부터 독립에 대한 준비를 서두른다. 나름대로 아르바이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미래에 대한 플랜을 진행시키고 있다. 대체로 청소년의 소비문화는 그들의 오락문화에 달려있다. 즉 그들의 관심사에 따라 그들만의 소비형태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유나 양에게 ‘독일청소년들의 관심사와 노는 문화’에 대해 질문하자 “친구들이 모여서 수영하구요. 클럽에 가서 춤추고, 공원 등지에서 수다 떨기도 해요. 물론 이성과 외모에 대한 관심도 있긴 하지만, 호기심이 있거나 많지는 않아요”
특히 이들 청소년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더불어 활동하는 교육이 행해졌기에 방이나 PC방 등에서 인터넷 게임이나 야한 동영상을 보는 것은 흔하지 않은 경우이다.
또한 대부분 간단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옷을 사는 것에 돈을 들이지 않기에 브랜드나 명품선호 현상은 유치한 행태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소신이나 주장을 펼칠 것을 교육받고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구조이기 때문에 연예인 모방이나 기타 조류에 편승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의외로 그들의 노는 문화나 관심사가 수수하다. 성이 오픈되고, 가족이 해체되는 사례가 어제 오늘일이 아닌 독일에서도 청소년들의 사고는 순수하고 자연스럽다. 물론 그렇다고 이곳에서도 청소년문제가 없진 않다. 최근에는 터어키 등의 외국계 청소년들의 폭력사태가 빈번하고, 신나치를 표방하는 청소년들의 움직임도 이 국가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인터넷상 유해환경 실태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청소년 문화환경은 어떠한가.
사회 전반에 갑작스런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나홀로족이 증가하고, 청소년의 놀이문화도 나홀로 놀이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요즘엔 초등학교 생일파티도 PC게임방에서 한다고 한다. PC방, 노랴방, 비디오방, 만화방, 락카페 등이 청소년의 놀이현실이다. 가정에서도 인터넷 사용은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정보의 바다는 온갖 유혹어린 목소리로 현란하다. 근래 들어 이러한 인터넷의 무분별한 사용은 사이버중독, 음란물 중독, 핸드폰문자 중독 등 정신의학계의 질병차원으로까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청소년들이 사이버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은 야사(야한 사진의 약자로 음란사진 그래픽 파일), 야겜(옷 벗기기 게임이나 일정한 줄거리를 따라 게임) 야동(야한 동영상의 약자로 모방충동이나 성추행 충동을 느낀다고 함) 그리고 야오이와 팬팩이 있다. 야오이는 남자들끼리 동성애 장면을 부각시켜 보여주는 장면이고, 팬픽은 동경하는 유명 연예인을 중심으로 동성애적 내용을 담은 이야기이다. 잘못된 성의식을 초래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들어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규제를 통해 나이 표기를 하고 있지만, 정작 실효성은 없어보인다. 주민등록 생성기를 통해 들어가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 게 현실이고 일본게임에서는 여성 캐릭터 옷벗기기나 폭력장면이 인터넷 게임의 화두로 오른 지 오래다.
특히 유머나 엽기사이트 및 게임사이트를 통해서도 무분별한 유해정보들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기자는 국내 야후사이트에서 검색한 엽기사이트 총 154개 중 인기순 상위 10개를 검색해 살펴보았다.
아래의 사이트인 <재미있는 웹서핑(http://ddrclub.ah.to/)>의 경우 이쁜 여자찾기를 통해 선정적인 동영상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유머 114>의 경우는 성인자료 메뉴의 경우 회원가입을 하면 모두 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회원가입도 특별한 제재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특히 명품누드관 등 19세 이하 표시를 통해 오히려 유혹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풀빵닷컴>에서도 청소년들에게 관심많은 연예인의 야한 모습을 공개를 통해 선정적인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아래 사이트인 <굿피디에스>에서도 엽기모음이 순수한 엽기라기 보다는 제목에서부터 선정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제목을 통해서 선정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고 유치한 유머를 통해 왜곡된 성윤리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최근 우리나라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생의 68.3%가 음란물을 접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인터넷상에서는 음란사진과 체벌사진을 함께 나누어보고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서로 때리고 맞고 하는 사이트를 만든 운영자가 초등학생과 중학생이었다는 사실로 세간을 놀라게 한 적 있다. 게다가 초등학생의 부모가 자녀의 행각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 더 심각하게 느껴졌다. 특히 부모명의로 카페를 만들어 수시로 체벌에 관한 그림과 글을 옮겨왔고, 6개 사이트를 통해 관리했던 회원수만도 6천명에 가깝다고 한다.
오프라인 상의 청소년 유해환경
인터넷에서의 청소년 유해환경과 함께 간과할 수 없는 것도 오프라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침투하는 유해환경이다.
광주에 사는 임모 양(17세)은 명품 브랜드를 지나치게 선호하고 있다. 물론 이 자체가 유해환경이라고 보기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브랜드 선호에 대한 영향을 어디서 받았으며, 명품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임모 양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연관관계가 형성된다. 임 양은 아버지를 여의고 식당 주방일을 하는 어머니와 사는 어려운 형편임에도 자신의 명품 브랜드 선호 탓에 어머니와 마찰을 겪곤 한다. 나이에도 맞지 않는 명품향수와 화장품, 옷들을 줄줄 꾀고 구입하고 싶어한다. 한창 멋부리고 싶은 나이라고 합리화하기에 그 학생의 환경이 열악하다. 자신도 텔레비전의 연예인처럼 살고 싶어한다. 물론 주변에 핑계와 변명을 대고 싶은 게 우리의 모습이긴 하지만, 매스컴에서의 연예인에 대한 지나친 부각도 그 영향 중에 있다고 본다. 결국 임모양은 학업은 뒤로 하고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부적절한 아르바이트에 대한 유혹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아르바이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언급하자면,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노동력 착취현상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일자리를 구할 때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경우 지방노동사무소에 구제신청을 하라고 충고하지만, 현실적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당한 보상과 보호가 없는 청소년에 대한 노동력 착취현상도 기성세대가 해결해야 할 유해환경이 아닐지...
또한 초등학교 주변의 미니게임기 등도 오프라인 상의 유해환경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의 동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게임기는 부지기수로 많다. 코인을 분출하는 ‘동물사냥’게임, ‘슬롯머신’처럼 100원 짜리 동전을 투입해 도박의 개념으로 작동하는 게임 등 초등학생들을 겨냥한 상술은 날이 갈수록 그 도가 지나치다.
기자가 거주했던 서울 은평구 지역의 학교 앞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구점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 위치해 있어 관련법으로는 미니게임기 운영에 대해 처벌할 근거가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어린 유아나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총 등도 분명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제작자와 판매자는 사용 대상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검증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자가 살고 있는 베를린에 있는 학교 앞에서는 이러한 학교 앞의 오락시설은 찾아볼 수가 없다. 또한 수업을 마치면 부모들이 데려가기 때문에 그럴 만한 여건이 되지 않지만 말이다.

▲ 베를린 Otto-welt 초등학교 앞 모습이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밝게 노는 모습이 보인다. 학교 앞으로 유해업소들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복합문화방으로 불리는 업소들이 청소년 탈선의 장소가 되고 있다. 복합문화방은 PC방, 노래방, DVD방, 게임방, 카페시설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청소년들의 출입이 자유로와 PC로 음란물을 보거나, 이성친구와 애정행각을 벌이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24시간 운영을 하기에 가출 청소년들이 장기간 머무르기도 한다고 한다. 음란사이트나 기타 유해 사이트를 통해 상업적인 이익을 얻는 것과 청소년이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실보다 더 경계해야 할 부분이 청소년의 성행동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성충동 자극제가 되고, 왜곡된 이성관과 여성관, 성도착 증세, 학업 등에도 방해되는 불가항력적인 유해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온,오프라인상의 청소년 관련 유해환경을 살펴본 결과 가정, 사회, 공급자, 청소년 본인에게 문제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청소년은 아직 미성숙의 단계이기에 책임성에서 어느 정도 관대한 시선을 받곤 하지만, 능동적인 행동의 책임은 역시 본인이다. 그러나 미성숙의 단계이므로 아직 가정 내 울타리에 있다는 점에서 배후의 책임성 논란에서 부모들도 결코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또한 무분별한 유해환경을 쉴 새 없이 제공하는 우리 사회의 퇴폐적인 구조적 문제와 기성사회의 잣대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끝으로 선진 외국에 비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여가문화의 재정립이 절실함을 언급하고 싶다.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여가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아야만 앞서 언급한 관음적 칩거문화가 지양되리라 생각한다. 이에는 가정과 사회, 학교에서 공동으로 협력해야 할 사안이다. 학교에서부터 바람직한 여가문화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가정 내에서는 여가시간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족과 함께 하는 활동을 만들어가거나 제시해주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그때는 다 그렇게 크는 거야’라며 방관자적인 기성세대의 관점을 전환해, 올바른 청소년문화 형성에 동참해야 할 때이다.
특히 청소년을 매개로 무분별한 유혹의 밧줄로 이득을 얻으려는 졸속공급자가 아닌, 기준에 바른 유통질서와 상업환경 속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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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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