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크리스마스의 악몽
기본 주제방 2003/12/04 12:08   http://blog.azoomma.com/kty3556/108201
당신이 누우신 자리

"나는 살아서 흙이었으니
죽어서도 흙이 될란다."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

그 말씀 지키려 흙 위에 누우셨던가!
따뜻한 방바닥 두고
그 밭 위에 가만히 누우셨던가!

오늘 당신 누우신 자리에
조용히 귀 대고 들어보니
쿵덕쿵덕 뜨거운 심장소리를 들립니다.

그 심장소리에
봄풀은 참 무성히도 자랍니다.

위에 시는 우리 시아버님을 그리는 도련님이 지은 시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우리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은 1999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인 날 신랑은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나이트클럽에 가자고 하였다. 집에 들어갈 신경쓰지 않고 그날은 신나게 신랑이랑 디스코에서 부르스까지 추면서 놀았다. 거의 나이트클럽 문닫을 시간에 나와 집으로 갔다.
그리고 몇분도 자지 못한 상황에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간밤에 시아버님이 나가셔서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혹시 친구집에서 약주하시고 주무실수 있지 않느냐며 어머님께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웬지 불길한 생각에 정신차렸다.
한시간후 작은형님께서 전화를 하셨는데 아무래도 아버님이 실종이 된 듯 싶다는 것이였다.
바로 비행기를 예약하고 갈 차비를 하는데 또다시 전화가 왔다. 선산 골짜기 논에서 아버님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였다. 대강준비하고 공항으로 가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신랑은 비행기 안에서도 굳은 표정으로 얼굴을 푹숙이고 있었다. 나 또한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도 아프고 눈물이 나왔다.
시골에 도착하니 아버님은 연료비 절약하신다고 산에서 가서 나무 하시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것이였다.
우리는 그 시간에 신나게 놀았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다음주에 아버님 제삿날이다.
마음이 또다시 무거워진다.
그 이후부터는 크리스마스가 예전만큼 즐겁게 놀 수가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