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옹주 운현 땅에 신심이 두텁고
부처님 법을 받드는 이씨라는 부인이 살았었다.
이씨 부인은 집에 있으면서 항상
재일(齋日 : 재계(齋戒)를 하며 착한 일을 행하는 날)
을 지키고 수행이 남달리 뛰어났으며
특히 자기 집에 나무로 조성한 1자 6치 가량 되는
지장보살 존상을 모시었는데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자주 일어났다.
이씨 부인에게는 50세 정도 되는 여종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여종은 소견이 삿되고
불법을 믿지 않았으며 이씨 부인이 불법을 믿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종은 이씨 부인이 한참 동안 외출한 틈을 타서 지장보살
존상을 들고 나가 앞산의 풀숲에 버렸다.
이씨 부인이 외출에서 돌아 와보니 지장보살상이
보이지 않았고 온 집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을 수 없었기에 기어코 이씨 부인은
마침내 통곡을 하였고 그러던 사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어져 갔다.
그때 통곡을 하고 있던 이씨 부인은 누군가
부르는 듯한 느낌에서 문 밖으로 나와보니
앞산 풀숲에서 이상한 광명이 나는 것이 아닌가.
이씨 부인은 직감으로 느끼는 것이 있어
광명이 나는 풀숲으로 단숨에 달려갔는데
생명 같이 모시던 지장보살이 그 풀숲에서
아무렇게나 누워 있으면서도 빙긋이 웃어보였다.
이씨 부인은 눈물과 웃음과 울음이 섞인 감동으로
지장보살을 다시 모셔다가 정성껏
봉안하여 예배하고 염불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여종의 소행인지는 전혀 몰랐었다.
그런데 그때 여종이 갑자기 쓰러져
인사불성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온갖 방법으로 구환하니 얼마 안 가서
깨어났는데 정신이 들자말자 통곡하면서 말하였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제가 조금 전에 누군가에게 잡혀 정신없이
끌려갔는데 당도한 곳이 명부였습니다.
거기에서는 말을 탄 관리들이 서첩을 읽는데
‘너는 성상을 회욕하여 대죄를 범하였으니
결박지어 염라대왕 앞에 심판을 받게 하고
마땅히 지옥에 잡아넣어 큰 고통을 받게 하리라’하였습니다.
그때 한 스님이 그곳에 나타났는데
상석에 앉아 있던 염라대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로 내려와 공손히 맞이하더니
저의 죄과를 자세히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의 말을 듣고 난 스님께서 말씀하시길
‘이 사람은 우리 신도 집에서 일하는
종이니 비록 나의 형상을 보기 싫다고
내다 버리기는 하였으나 나는 그 사람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니 바라건대 대왕은
이 사람을 불쌍히 보아 도로 살려주기
바랍니다.’하셨습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은 곧 저를 방면하였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저의 잘못을 깊이
뉘우쳤습니다. 제가 부처님을 좋아하지 아니했고
지장보살을 내다버린 것을 뼈아프게 참회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꿇어앉아 ‘나무지장보살’하고 큰 소리로
부르며 뉘우쳤습니다.
그랬더니 그곳 명부에 있던 죄인들에게 채워 있던 쇠사슬이
지장보살 소리가 들리는데까지는 전부 벗겨졌습니다.
그리고서 스님께서는 저의 손을 이끌어 염라청에서 막 나오셨는데 어디론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마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요.”
여종은 눈물을 흘리며
이씨 부인 앞에 엎드려서 일어날 줄 몰랐다.
이씨 부인은 여종을 달래어 지장보살 앞에
예경 드리며 참회하게 하였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그 고을 사람들은
불법의 신비한 영험에 놀랐고 크게 신심을
일으켜 부처님 법을 받들며 지장보살 신앙이 높아졌다.
이씨 부인과 여종도 그 신앙이 천만배나
더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나무지장보살마하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