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유출돼 美·日 떠돌다 2차대전 종결 당시 적산 처분아난·가섭존자가 전면 부각돼 마치 대화하는 듯 극적 표현 “섬세함 등 보기 드문 수작” 日 ‘야마나카 리스트’ 첫 확인 향후 관련 추가 조사 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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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월 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사진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증방식으로 돌려받은 미국 버지니아 허미티지박물관 소장 조선불화를 공개했다.
| 석가모니의 설법 장면을 기존의 표현 방식과는 달리 파격적인 도상을 보여주는 휘귀 조선불화가 1세기의 유랑을 마치고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 이하 ‘국외문화재재단’)은 1월 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사진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증방식으로 돌려받은 미국 버지니아 허미티지박물관 소장 조선불화를 공개했다. 파격적 도상… 학술적 가치 높아 이번 국외문화재재단이 공개한 조선불화는 18세기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성보로 크기는 318.5㎝×315㎝, 비단에 채색됐다.
이 불화는 설법하는 석가모니 부처를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그려 넣고 10대 제자 중 아난 존자와 가섭 존자를 석가모니 부처 앞에 강조해 넣은 ‘석가삼존도’ 형식이다. 조선불화 전문가들은 석가모니 부처의 광배나 대의(大衣)의 문양 등은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의 양식이고, 삼존의 구도나 보살의 표현(보관과 영락장식)은 1731년에 제작된 송광사 응진전 ‘석가모니불도’와 매우 유사한 점으로 미루어 1730년대를 그 제작시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도상의 형식은 일반적인 조선불화와는 차이가 있다. 아난 존자와 가섭 존자가 석가모니 부처의 좌우 상단부에 작은 모습 등으로 묘사된 기존의 것들과는 다르게, 두 인물이 석가모니 부처의 하단 전면에 크게 부각되어 서로 대화하듯 극적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선불화 전문가인 김승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장은 “이 불화는 지금까지 발견된 바 없는 파격적인 도상양식을 갖추고 있어 미술사적으로도 희귀할 뿐 아니라,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다”며 “아난 존자, 가섭 존자, 석가모니 부처의 좌우 협시불 등 등장인물의 섬세한 표정 묘사 등은 일찍이 조선 불화에서 보기 드문 수작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림의 크기만 가로, 세로 각 3m가 훨씬 넘는 대형 불화라는 점에서 사찰의 대웅전 후불탱화였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국외 유출과 수난의 역사 이번에 회귀된 조선 불화는 일제 강점기 초반 국내 어느 사찰에서 무단으로 뜯겨져 일본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반출 후에는 일본의 미술품상 ‘야마나카 상회’에 넘겨졌다. 이후 일본에서 보수된 후 1942년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박물관에 잠시 전시되는 등 미국 내 미술관 및 미술품 시장을 떠돌았다.
그러던 중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일본 재산의 몰수를 위해 설치한 ‘적국자산관리국’에 의해 야마나카 상회의 모든 미술품이 몰수했다. 미국 정부는 몰수된 야마나카 상회의 미술품을 모두 경매에 넘겼고, 이때 불화도 6,500달러라는 경매가로 1943년 뉴욕 경매시장에 등장했다. 그러나 유찰을 거듭해 마침내 1944년 최종 낙찰가 450달러로 허미티지박물관에 매매됐다.
이후 불화는 마땅한 전시공간을 찾지 못한 채 보관되어 오다가, 1954년 버지니아 노포크박물관에 20년간 장기 대여 형태로 전시되다 1973년 다시 허미티지박물관에 돌아와 40여년을 방치됐다.
반환의 전기는 2011년 버지니아주 박물관협회가 ‘위험에 처한 문화재 10선’에 선정되면서부터 마련됐다.
한국의 국외문화재재단이 2013년 5월 초 조사 작업 중 버지니아 박물관협회가 올린 관련 유투브 영상에서 이 불화를 처음 발견한 것이다. 재단은 국외한국문화재 복원지원 프로그램의 하나로 현지 및 문헌 조사 등을 통해 지원 여부를 검토했고, 불화의 학술적 가치와 반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내 반환을 추진했다. 국내 귀환과 반환의 새 모델 이 불화의 반환은 나라 밖으로 반출된 문화재가 해당 국가의 소장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뜻 있는 기업의 후원과 함께 기증의 형식으로 반환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는 앞으로 국외 문화재 반환 및 환수의 한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단은 2013년 7월과 10월 허미티지박물관을 직접 방문해 불화의 보관상태 등을 직접 조사하는 한편, 관련 자료를 수집해 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자문위원회를 수차례 열어 반환을 요청하기로 했다.
결국 허미티지박물관 이사회 측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보다 대한민국에 속할 때 보다 더 잘 보존되고, 가치 있게 활용될 수 있으며, 널리 사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기증을 최종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사회공헌활동에 동참한 미국계 기업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Riot Games Korea)가 허미티지 박물관에 박물관 운영기금을 기부해 반환에 일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외문화재재단은 일본 야마나카 상회 리스트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외문화재재단은 “이번 불화의 조사과정에서 일본 야마나카 상회가 미국 내 미술품 시장에서 우리의 문화재급 미술품을 판매하다 미국정부에 의해 강제 압류돼 경매(1943~1944)에 내 놓았던 목록과 그 내용의 일부를 확인했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국내에서 불법 유출되어 미국 시장에서 유통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향후 미국 정부가 압류한 야마나카상회 경매 목록에 대한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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