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중선 합동참모본부 작전처장이 26일 오후 국방부에서 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 최전방 철책선 절단 상황과 관련한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 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합동조사단은 남측 민간인이 월북하면서 생긴 철책 절단으로 잠정 결론 지었다./이옥현/사회/ 2004.10.26 (서울=연합뉴스) okhyu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귀원 기자
26일 강원도 철원군 최전방 3중 철책선 절단은 신원미상 1명의 월북자 소행으로 보인다는 합동신문조의 발표는 여러 가지 의문점을 낳고 있다.
합참 황중선 작전처장(준장)은 군과 경찰, 기무사, 국정원 요원 등으로 구성된 합신조의 분석결과 발표를 통해 "철책 절단 형태가 남쪽에서 북으로 나있고 침투와 관련된 특이점이 없어 신원미상 1명의 월북자의 소행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철책선 절단 및 발자국 방향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나 있는데다가 절단 형태가 특수훈련을 받은 자로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조잡하다는 점에 비춰 남쪽에서 월북하 는 과정에서 철책선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합신조는 해당 부대 병력을 확인한 결과 무단 이탈자가 없는 것으로 드 러나 이 신원미상자가 민간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수훈련을 받지않은 민간인이 3중으로 이뤄진 최전방 철책선을 모두 뚫 고 북측 지역으로 넘어가기는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힘든데도 합신조가 절단 사실을 인지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철책선을 절단기로 끊은 방향과 절단된 철책선 모양('ㅁ'자) , 운동화로 추정되는 발자국의 방향,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월북 루트 대신 철책선을 정면 돌파 한 것 등 4가지는 최대 미스터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특수훈련을 받은 북한 공작원이나 군인이 절단기를 철 책선 안쪽으로 밀어넣어 반대 방향에서 끊으면 남쪽에서 월북한 것으로 위장할 수 있다"고 합신조와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고도의 대남 침투훈련을 받은 북한 특수부대원의 경우 침투 흔적을 교란하기 위 해 발자국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나도록 걸을 수 있고, 실제로 해안가에 침투한 무장 간첩이 이런 형태의 발자국을 남긴 전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합신조가 철책선의 절단 모양이 'ㅁ'자 형태라는 점을 내세워 민간인 월북자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을 내린 것도 섣부른 결론이란 지적이다.
황 처장은 "철책 절단 형태가 적의 침투전술인 'ㄴ'이나 'ㄷ'자가 아닌 'ㅁ'자 모양이다. 이번에는 (절단된 철책을) 그냥 세워놨다. 전문가 소행이 아니다"고 설명 했다.
통상 대남침투 훈련을 받은 간첩들은 철책을 'ㄴ', 'ㄷ'형태로 자르거나 'ㅁ'자 모양으로 잘라내어 흔적을 드러내지 않도록 철책선에 붙여놓은 뒤 남하하는데 이 번 에는 절단된 철책을 철책선 바로 옆에 세워 놓아 간첩 소행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다.
이는 그러나 "철책이 완전히 절단된 상태에서 (철책선에) 붙어있었다"는 황 처 장의 오전 브리핑과는 다른 내용이다.
북한지역으로 도주할 정도로 신변의 위협을 느끼거나 파산상황에 직면한 민간인 이라면 중국을 통해 손쉽게 두만강을 건너는 등 월북루트가 다양한데도 지천에 지뢰 밭이고 남북 양측의 총탄세례를 맞을지도 모를 철책선을 정면 돌파한다는 것도 쉽사 리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남측에서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 수배 중인 민간인이 정상적인 해외도피 가 어렵게 되자 경계가 취약한 계곡 등을 통해 비무장지대(DMZ) 안으로 들어간 뒤 절단기로 철책선을 끊고 월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군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군당국은 합신조 분석결과 민간인 월북자 소행으로 잠정 드러난 만큼 행방불명 신고가 접수된 민간인 등을 대상으로 신원파악에 나설 계획이지만 북측이 끝까지 이 민간인의 신원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미궁에 놓이고 온갖 유언비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