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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일상에서 늘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보자기였다
이 보자기는 우리 한민족 고유한 독창적인 생활문화로서 어떤 학자는 예술품이라는 극찬을 하기도 한다.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이 보자기의 의미는...............
 스님들이 입는 가사장삼과 아기 포대기도 보자기
 물질적으로 곤궁하던 시절, 30 ∼ 40 년 전에 동네어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의 하나가 어린 동생을 포대기로 등에 업은 여자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일 나가시고 어머니는 가사로 바쁠때 의례 누나가 코 흘리게 어린 동생을 등에 들쳐업고는 아기보자기라는 포대기로 싸서 동생을 돌봐주었다.
그때 동생들을 포대기로 업어주던 누나들이 이제는 할머니가 되었지만 그 포근함이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늑한 보자기문화의 생명력이라 할까 !!!
불교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은 무소유를 생활 철학으로 한다. 그 분들이 입은 옷 가사장삼을 자세히 보면 여기저기 조각들로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 조각의 수가 많을수록 오래 된 옷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못쓰게 된 헌 옷을 주워 조각으로 나눈 다음 여러 명의 스님들이 옷을 만들어 나눠 입었으니 바로 이것이 조각보자기로서 실로 나눔과 베품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불교에서는 [보시]라 하던가?
 전기 밥통이 생기면서 없어졌지만 그 시절에는 아버지의 밥은 아랫목에 묻어 두거나 혹은 상을 본 후에 가지런히 밥상 보자기로 덮어놓았었다.
어린 우리들은 엄마가 없는 틈을 타서 슬쩍 보자기를 걷어 보기도 했고, 이 보자기가 흐트러진 것을 본 엄마가 누구냐고 추궁하시면 소 닭 보듯 딴청을 부리고는 했었다.
이 경우의 보자기는 어머니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상징이요 동시에 존경과 예의의 표상이었다. 따라서 우리들이 그것을 넘본다는 것은 예의와 버르장머리가 없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었다.
실용성과 편의성 그리고 아늑함까지
 보자기는 책을 담기도 하였고 덮지 않는 철지난 이불도 담고 여자들 가출 할 땐 보따리 싼다고도 했고 혼사 때는 폐백닭도 싸기도 했다.
그 사용처에 따라 책보, 이불보, 상보, 빨래보, 예단보, 덮개보, 경대보 사주단자보 등 안쓰는 곳이 없었다.
구중궁궐에서 쓰던 것은 궁보라 하고 민간인들이 사용하면 민보라 했으니 사용계층, 구조와 문양, 용도와 재료 등에 따른 분류를 할 정도로 일상에 천지였다.
보자기는 한자로 보(褓) 혹은 포(袍)로 표기되며 복(福)과 아늑함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실용성과 아늑함의 의미도 내포된 상징중의 상징이었다.
우리문화에서 보자기가 상용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주거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주거공간이 협소 하다보니 물건 등을 보관하거나 운반 할 때는 용적을 최대한 이용 하다가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둘둘 접거나 구겨 넣어도 되니 이보다 더 편리한 것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
이제 시대가 바뀌어 실용성이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시대가 되고 주거환경도 달라져서 보자기의 효용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러나 그 보자기의 상징, 즉 포용성과 넉넉함 그리고 나눔과 베품의 문화 원형질은 살려야 하리라. 근데 옛날에 있었다는 [과부보쌈]은 보자기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
음식에 잘 나타나는 보자기 文化
 생선회의 본고장 일본인이 한국에 와서 제일 황당한 것이 아이러니컬 하게도 일식집이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회를 먹을때 상추나 기타 다른 것으로 싸서 먹는 일이 결코 없는데,한국에서의 회는 상추나 야채,거기에 마늘과 고추를 넣고 거기에 고추장이나 와사비장을 첨가하여 [싸서] 한 입에 먹는게 일상적이기 때문이란다.
어디 회요리만 그런가? 고기를 구워도 [싸]먹고 밥을 먹어도 [싸]먹는다.
쌈밥이 대표적이고 또한 우리의 비빔밥도 같은 컨셉이라고 하니,우리의 衣, 食, 住 모든 분야에 [싸고][포장]하는 문화 원형질이 녹아 있음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싸고] [포장]하고 그리고....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
이규태가 본 쌈문화
 상추는 남에게 보이지 않게 심어야 했다. 텃밭에 남에게 보이도록 넓게 많이 심으면 그 집 마님의 밤의 작태를 안다 해서 곧 음욕(淫慾)을 노출시키는 것으로 알았다. 상추의 파종량은 마님의 음욕과 비례했던 것이다 .숨어서 자라야 했던 숙명 때문인지 상추의 속명도 은근초였다. 의뭉스러운 사람이나 숨어서 매음하는 자를 뜻하는 은군자(隱君子)에서 얻은 이름이다.
'상추=섹스'의 등식과 연관된 속전으로 고추밭 이랑 사이에 심은 상추일수록 약이 잘 오른 상품으로 여겨 서방님 밥상에만 고추밭 상추를 가려서 올렸던 것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욕할 때 '고추밭 상추 가리는 년'이라 하면 곧 남편을 위하는 척하며 자신의 음욕을 채우는 년이란 저의가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상추를 두고 말하는 일련의 이 같은 속전에 공통 항목을 찾아보면 상추가 남자의 성욕에 좋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습속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명대(明代)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상추는 신(腎)에 좋다 했지만 그 보다는 상추잎이나 상추대를 자르면 솟아나는 젖같은 유즙(乳汁)에서 정액을 유감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원시적인 사고 방식의 하나로 비슷한 것끼리는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유감 주술에서 상추를 많이 먹으면 젖이 잘 나오고 또 정통(精通)이 잘 된다는 속전을 있게 했음직 하다.
 고추밭에 심은 상추일수록 약이 많이 오른다는 것도 사내 아이놈들 성기를 고추라 하듯이 고추가 곧 성기를 상징, 유감한 때문일 것이다. 우리 민속에 있어 이 상징의 침투는 오묘하고 다양하며 상추를 둔 민속 하나만 보더라도 한편의 상징시를 읽는 느낌이다.
우리 선조들은 생활 자체로 시를 구현한 상징 시인들이었던 것이다. 상추는 삼국시대부터 먹어 온 역사 깊은 야채로 고려때 문헌에는 그로써 밥을 싸먹는다는 기록이 적지 않다. 원나라 시인 양윤부(揚允孚)는 그의 시에서 상추쌈 싸먹는 고려의 풍습이 원나라에 전래되어 크게 유행했음을 밝혀 주고 있다.
'고려의 맛좋은 상추를 되읊거니와 / 산에 나는 새박나물이며 줄나물까지 사들여 온다'했다. 곧 상추쌈뿐 아니라 산나물쌈까지 맛들여 수출했던 것 같다.
쌈이라는 음식 구조가 양반이 먹기에는 좀 품위가 없어 보였던지 예절책에는 '상추쌈 품위있게 먹는 법'까지 자주 나오고 있다.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 '사전(士典)'에 보면 상추를 써먹을 때 직접 손을 대서 싸서는 안된다 했다. 먼저 수저로 밥을 떠 밥그릇위에 가로놓고 젖가락으로 상추 두세 잎을 들어 밥을 싼 다음 넣고서 그 다음 된장을 떠먹는다 했다.
같은 <사소절> '부의(婦儀)'에서도 남자도 그렇지만 특히 여자가 상추쌈을 싸먹을 때 너무 크게 싸서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은 상스러우니 조심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입은 치부를 유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눈치밥 먹는 주제에 상추쌈까지 싸먹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이는 쌈 싸먹을 때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부라리지 않을 수 없는 쌈의 구조가 상대방의 약을 올리기에 십상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한국 음식 문화의 특성으로 탕이나 찌개 같은 물기 음식과 김치, 간장 같은 발효 음식이 발달한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쌈음식도 특유하고 독보적인 것으로 국제화 사회에 각광받을 만한 음식 유형이 아닐까 싶다. 18세기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서는 소채 중에 잎이 큰 것은 모두 쌈을 싸서 먹는데 상치쌈을 제일로 여긴다 했고, 19세기 작자 미상의 <시의전서(是議全書)> 등에 보면 상추쌈뿐 아니라 곰취쌈이나 양제채(羊蹄菜)쌈, 산채는 물론 깻잎쌈, 피마자잎쌈, 호박잎쌈, 배추쌈, 김치쌈 등 잎이 큰 것이면 모두 쌈이 된다고 적혀 있다.
특히 구절판에서 보듯 각기 다른 8색의 각종 어육채소(魚肉菜蔬)를 얄팍한 전병에 싸서 먹는 것은 쌈문화의 미학으로서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우리 한국인의 의식주 생활에 일관된 특유한 구조적 공공인자(公共因子)를 가려볼 수 있다. 싼다는 것은 내부를 외부로부터 가리는 행위요, 곧 외향적인 외개문화(外開文化)에 대한 내향적인 내포문화(內包文化)를 뜻하는 것으로 우리 생활 문화의 기조가 되어 온 것이다.
사립문이며 안방문까지 열어 제쳐놓고 논밭 일을 나가도 훔쳐갈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빈민까지도 울타리나 담을 쳐 놓고 사는 이유는 내부를 외부로부터 가리기 위한 쌈문화의 소산이요, 옷깃을 여미고 치마를 감치듯이 한복 구조가 여미고 감치게 된 것도 몸을 싸는 쌈문화의 소산이다. 그리하여 '장옷'이라는 온몸을 싸는 옷까지 생겼던 것이다.
이렇듯 내포형 문화의 음식에 대한 투영이 우리나라에만 별나게 발달한 쌈문화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
 보자기 이야기 하나 더
가야국의 건국신화에서 자주색 끈에 달려 하늘에서 내려온 붉은 보자기에 싸여 있는 것은 금상자 였다. 그 금상자 속에는 시조가 될 황금알이 들어 있었다. 즉, 천상의 신성한 비밀을 지상으로 운반한 보자기 속의 황금알에서 지상의 개국이 시작되었다. 이 보자기는 지상에서 처음 시작되는 건국과 그 시조의 탄생을 함께 포용하는 의미를 지닌다 한다. 신화에서 시작을 상징하는 보자기는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혼례의 사주보 풍습에서 그 의미를 재확인할 수 있다. 사주보가 청홍의 이중보로서 특별히 신성시되는 것도 남녀가 결합하는 시작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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