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누 향기로 여는 아침 ♥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들어가니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무슨 향기일까. 주위를 살펴보니 엊그제 새로 바꿔 놓은
세수 비누에서 나오는 향기였다.
사람도 사람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듯이
비누도 비누마다 색다른 향기를 지니고 있다.
지난번에 사용하던 비누에서는 향기가 거의 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 사용한 탓일까. 그동안 사용하던 비누는
너무 닳고 닳아서 이제는 처음의 형체를 몰라보게 될 만큼
크기가 조그마해져서 비누곽 위에 납작하게 엎드러져 있었다.
크기와 부피가 너무 작다보니 비누를 사용할 때마다
손바닥에 놓고 열심히 비벼도 비누 거품이 거의 생기지가 않았다.
‘이제는 폐기처분해야지’ 하며 날마다 생각은 하면서도
‘최후의 한 조각까지 아껴 써야지’하는 생각이
앞을 가로막아 새 비누를 사용하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어오다가
엊그제서야 용단을 내려서 그동안 사용하던 비누는
변기 청소제로 페기처분하고 새 비누의 포장지를 뜯어서
비누곽 위에 얌전히 올려놓았다.
이번의 비누는 주황빛 색깔로 아주 통통한 몸집과 더불어
진하고 향긋한 냄새를 지니고 있다. 비누의 향기가 좋으니까
비누를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유쾌해진다. 비누의 향기가
나의 손에 오래 남아서 나를 향긋하게 만들어준다.
나도 누군가에게 향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나도 비누처럼 제 몸을 온전히 녹여서 더러운 손도
깨끗하게 씻어주고 싱그러운 향기까지 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의 말 한마디로 인해서 그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 또한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의
부주의한 말 한마디로 인해서 상대방이 불행해진다면
나는 불행을 초래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요즈음 말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곤 한다.
말이란 향기와 같아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격과 향기가 결정 된다.
항상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좋은 향기가 날 것이요,
항상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말만을 쏟아 붓는 사람에게서는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날 것이다.
교양 있는 사람이란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따라서 적절한 말을 가려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가진 알량한 지식을 뽐낼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말을 냉정히 성찰해보고
날마다 우리의 언행을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 속에
우리의 인격과 우리의 영혼까지 담겨져 있음을 안다면
말을 함부로 하는 잘못을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또한 근래에 들어서 말을 함부로 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반성해본다.
여기저기서 무심코 내뱉어놓은 나의 말들이
아직도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다.
어떤 말은 차라리 하지 않은편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후회해본들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말이란 화살과 같아서 일단 우리 입에서 나가면
다시는 주워 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도 비누처럼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부디 살아 있는 동안은 내 입술로 잘못된 말을 하는 죄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이 정 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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