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선수들은 병을 가진 중고차
스크랲 2004/08/24 11:00   http://blog.azoomma.com/jubari16/153933


"대표선수들은 병을 가진 중고차"
국가대표 재활 전문의 엄성운 원장 "그들은 '정신력'으로 뛴다"
▲ 태능선수촌 지정병원 한마음 스포츠 클리닉 엄성운 원장 / 조선일보 인턴기자 김현정
 
 
 
20년 동안 국가대표 선수 재활을 위해 힘써온 한마음 스포츠 클리닉 엄성운(45) 원장은 지난 23일 기자와 만나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적어도 한 군데는 병이 있는 중고차" 라며, "일반인들이라면 활동하기에 힘든 상황인데도 그들은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있다" 고 말했다.

엄 원장은 서울 태능선수촌 의무실에서 13년간 재직한 후, 태능선수촌 지정 병원인 한마음 스포츠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국가대표 선수, 꿈나무 선수, 무용가 및 여러 선수들의 스포츠 손상 치료와 재활을 돕고 있다. 네델란드에서 활동하는 프로축구 송종국 선수는 발목 상처를 입자 네델란드 의료진을 다 거부하고 한국에 와서 엄 원장을 찾았다. 네델란드 의료진은 수술하라고 했던 부상을 엄 원장은 3주만에 완치시켰고, 이에 네델란드에서 노하우를 물어올 정도로 그는 스포츠 재활 분야 전문가이다.

엄 원장은 "올림픽에 출전 중인 선수들은 자신의 부상을 숨기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시드니 올림픽 때 은메달을 딴 레슬링의 김인섭 선수는 당시 늑골 부상 상태였다. 상대 선수가 TV 를 통해 부상 사실을 간파하고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무릎으로 늑골을 연신 내리 찍어 금메달을 놓쳤다" 라며, "김 선수는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설욕전을 펴, 얼마 전 태어난 아들에게 금메달을 선물하고 은퇴할 계획이다. 김선수가 잘 해내리라 믿는다" 라고 말했다. 이어 "의무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경쟁 선수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비밀 사항" 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선수들은 마음이 착해서 상대선수의 부상을 알아도 그곳만 집중공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 그는 말했다.

▲ 박찬호 선수가 국가대표로 활동하던 시기, 박찬호 선수와 엄성운 원장

올림픽 선수들의 심리 상태에 관해 엄 원장은 "단체종목의 경우 서로 의지할 곳이 있지만, 개인 종목의 경우 '자신만의 싸움' 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라며, "마라톤의 경우 혼자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경쟁 선수와 엄청난 심리전이 벌어진다. 2시간 동안 경쟁 선수가 언제 뛰쳐나갈지 주시해야하며, 상대 선수의 숨소리, 다리의 흐느적거림 등을 보고 지친 상태를 간파해 뛰어나갈 시기를 엿보아야 한다" 고 말했다.

▲ 배드민턴 나경민(아테네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 주현희 선수가 재활 치료 왔을 때 찍은 사진
엄 원장은 금메달을 따기 위한 요건으로 '체력, 기술, 정신력' 세가지를 꼽았다. 그는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메달을 딸 수 없지만, 이것이 갖추어지면 어떤 악조건도 이겨낼 수 있다" 라며, "유도의 이원희 선수가 이 세가지를 갖춘 대표적인 선수로 그는 만성적 허리 부상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혹독한 복근 운동을 통해 메달을 따 냈다" 고 칭찬했다.

자신을 선수들을 위한 '정비소' 라고 소개하는 임 원장은 '선수들이 경기에서 따낸 메달을 가져와 고맙다고 목에 걸어줄 때' 와 '박찬호 선수가 수소문해 자신을 찾아왔을 때' 가장 뿌듯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선수촌 의무실에 있을 당시, 박찬호 선수가 한양대 1학년생으로 선수촌에 들어왔었다. 팔꿈치가 아파 공을 못 던지겠다고 해서 봤더니 무리한 운동으로 내측 뼈 조각이 떨어진 상태였으나 시합을 앞둔 대표 선수를 수술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재활을 통해 근육을 강화시켜 팔꿈치를 튼튼하게 만들어줬었다" 라며, "방콕 대회 때 박찬호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수소문을 해 나를 찾아왔다. '재활 치료 이후 늘 걱정거리였던 팔꿈치가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기에 메이저리그에서 잘 할 수 있었다' 며 고마워했다" 라고 밝혔다.

▲ 배드민턴 손승모(아테네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단식 은메달) 선수가 재활 치료 왔을 때 찍은 사진
그가 치료했었던 탁구의 현정화, 김택수 등의 선수들은 이제 코치가 되어 그와 함께 선수들의 부상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게임을 앞둔 선수들에게 부상 상태를 상세히 얘기해 줄 수가 없다. 자칫 움추려질 수도 있고, 쉬라고 해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감독과 코치가 선수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라며, "코치, 감독과 충분히 상의해서 선수들이 재활을 통해 부상을 이기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1등은 곧 세계 1등이며, 사법 고시를 합격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것" 이라며, "동메달을 따는 것,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금메달 외 다른 것들은 잊는 분위기" 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핸드볼, 하키 같은 종목은 올림픽 때만 잠깐 관심을 가질 뿐, 평소에는 관심과 지원이 거의 없다" 라며, "올림픽 시즌이 아니더라도 비인기 종목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때 우리나라 스포츠는 더 발전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