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은 '세금먹는 하마'
12조원 넘게 들여 지난 4월 1일 개통한 고속열차(KTX)의 승객 수와 수입이 당초 예상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장담한 철도 경영의 흑자 전환은 고사하고 10조원이 넘는 고속철 부채의 원리금도 갚지 못해 국민 세금으로 틀어막는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 올해에만 5700억원 적자
철도청이 최근 집계한 KTX 운송 현황을 보면, 개통 후 하루 평균 승객은 7만250명으로 예상 인원의 47%, 운송수입은 21억1000만원으로 목표치의 5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진은 매월 거의 차이가 없으며, 앞으로도 뚜렷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 사실상 고착화 단계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철도청은 이 때문에 올해에만 5700억원의 KTX 수입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2009년 단년(單年)흑자, 2015년 누년(累年)흑자, 2031년 부채상환 완료로 계획한 흑자 전환 일정은 전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다.
◆ 애물단지로 전락한 ‘효자철’
정부는 고속철이 개통 후 몇 해만 지나면 흑자 구도에 진입, 물류체계를 혁신하고 철도청의 만성적자까지 해결해주는 ‘효자철(孝子鐵)’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철도청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고속철 부채 10조7000억원의 원리금 상환을 위해 재차 빚을 내고, 그러다 보면 총 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고속철 건설 부채는 2010년 2단계 구간(동대구~신경주~부산)까지 완공되면 총 1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철도청은 이에 따라 KTX 건설비의 35%를 부담한 정부에 추가로 15~35%를 더 부담시켜 정부부담률을 50~70%로 높여줄 것과 국내외 각종 부채의 상환 유예를 건설교통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부담률의 인상은 곧 세금 투입을 의미하며, 부채 상환의 연장도 KTX가 독자적 흑자 체제를 갖추지 못하는 한 한시적 땜질처방에 불과한 형편이다.
건설교통부는 “교통 패턴은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렵고, 지속적 불경기로 수요가 오히려 감소 추세인 점 등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터무니없는 수요 부풀리기
그러나 전문가들은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건설을 합리화하기 위해 예상 수요를 터무니없이 부풀려 흑자가 가능하다고 선전해온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1989년 고속철 건설 계획 발표 당시 총비용이 5조8462억원이라고 밝혔다가 4년 뒤엔 10조7400억원, 1998년에는 18조4358억원으로 계속 증액시켰다. 이후로는 재조정하지 않았지만, 최종 20조원을 웃돌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 예측이다.
이에 따라 당초 2조원 정도(최초 발표 5조8462억원의 35%)라고 설명됐던 국민 부담액이 10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계속 불어난 부채까지 모두 세금으로 메워주지 않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빠진 탓이다.
고속철 착공 전인 1991년 정부가 예상한 하루 승객은 개통시인 1999년 19만1000명, 2004년 25만2000명 등이었다. 이후 1997년 2단계 완공으로 변경하고 개통도 연기했지만 예상 수요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건교부는 “개통 전까지 경제가 꾸준히 성장해 수요가 계속 늘 것으로 보는 등 가급적 좋은 조건을 산입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