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기사
스크랲 2004/06/17 16:38   http://blog.azoomma.com/jubari16/137503
이호분의 아이세계] 속옷을 훔치는 아이 [국민일보/2004-06-13]
요즘 인터넷 매체를 통해 아이들에게 음란물이 걸러지지 않고 노출되면서 절편 음란증(여성의 속옷이나 신체의 일부에 집착해 성적인 흥분을 얻는 정신과적 질병)이나 노출증(자신의 성기를 타인에게 노출하는 행동) 등의 성도착 증세를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드물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이 보이는 이런 문제는 ‘성도착증’이라기보다는 ‘자녀-부모 관계 문제’인 경우가 많다.

민호(가명)는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다. 여자들의 속옷을 몰래 가져다 숨기고 품고 있는 등의 행동을 보여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엄마의 속옷에만 손을 대었는데 차츰 큰엄마,이모,심지어는 다른 집에서 속옷을 훔쳐오는 일까지 생겼다. 성적인 문제와 연관되니 민호 부모는 기막혀 하면서 야단을 많이 쳤다고 하였다.

검사를 해보니 민호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가 있는 아이였다. 아이가 충동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왜 하필 여자 속옷에 집착을 하게 됐을까?

민호 엄마는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자였다. 보통 오후 9시는 되어야 퇴근했다. 노래방 기계를 수리하는 민호 아빠 역시 지방 출장이 잦았고 퇴근도 늦는 편이었다. 가족을 그려보라고 하니 민호는 엄마 아빠를 그리는 대신에 엄마 공장의 재봉틀과 아빠의 노래방 기계를 덩그러니 그려놓았다. 아이의 마음이 그랬다. 마음속에 엄마아빠는 없고 엄마아빠의 ‘일’이 있을 뿐이었다. 민호의 부모는 아이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민호는 방치된 채로 자랐다.

여자 속옷에 집착하는 행동은 혹시 성도착증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엄마에게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민호는 성적 흥분의 대상이 아니라 엄마를 대신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기반으로 엄마의 속옷을 찾았고,이것이 차츰 일반화되었던 것이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치료하면서 민호는 충동을 자제할 수 있는 힘을 조금씩 키웠다. 그리고 민호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어릴 때 엄마와 아이 사이에 형성되었어야 할 애착을 뒤늦게 만들어갔다. 아이의 놀이에는 차츰 엄마의 재봉틀이 아닌 엄마가.아빠의 노래방 기계가 아닌 아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여자 속옷에 집착하는 아이의 행동도 나아져 갔다.

연세누리정신과 원장(02-6357-7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