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의 어울림
스크랲 2004/06/16 18:04   http://blog.azoomma.com/jubari16/137298

                                                                                                                    

 

벌판에서

김 희 수

마을 한 바퀴 바람처럼 싸돌아도

옛 친구의 까만 얼굴 보이질 않아

녹슨 양철문 위 빛바랜 문패 뒤에 두고

발길은 절로 옛 벌판의 가슴에 닿는구나.

지평이 가다 흉터처럼 패인 웅덩이마다

물길은 고여 눈쟁이떼 올챙이떼를 키우고

나 여기 이렇게 살아 있노라고

토끼풀 독새풀도 우북우북 옛날처럼

퍼렇게 소리쳐 반기는구나, 손 내밀어

초록글씨로 저마다의 자리를 알려주는구나

그래, 너희들의 번지는 무사한데

깨진 함지박 같은, 그리운 얼굴들은

어딜 갔느냐 욕심없이 살아도

삶은 때때로 막막한 것이리, 들새들만

발끝에 채일 듯 날아오르고 저만큼

어느 위성에서 새로 이사 온 괴물이더냐

아가리 벌린 포크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