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동맥경화 환자에게 추천하는 열대과일
중앙일보
1970년대까지 ‘귀족 과일’이던 바나나·파인애플은 물론 스타애플·구아바 등 이름도 생소한 열대 과일을 이제는 흔히 접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입맛이 서구식으로 바뀌면서 열대 과일을 더 많이 찾게 됐다는 원인 분석도 있다. 열대 과일의 본거지인 동남아 여행객이 증가한 것도 소비 증대에 기여했을 것이다. 여름을 맞아 백화점·할인매장·수퍼마켓 등의 과일 코너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다양한 열대 과일의 세계를 탐닉해 보자. /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바나나 마음 편하게 해주는 성분 들어 여름철 더위로 인한 무기력감을 해소하는 데 유익하다. 먹으면 기분도 좋아진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의 함량이 높아서다. 트립토판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합성 원료다. 세로토닌은 행복감과 심신의 안정을 주는 ‘몸 안의 수면제’ ‘행복 호르몬’으로 통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장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펙틴이 들어 있어 변비 예방에 좋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으면 비만의 원인이 된다. 맛있는 바나나를 먹으려면 과피에 갈색 점이 있는 주근깨 바나나를 고른다. 이 ‘주근깨’를 슈가 스폿(sugar spot)이라 한다. 바나나의 당도가 높을 때 생기는 반점이다. 바나나는 수확 후에도 계속 익는 후숙(後熟) 과일이다. 13~16도의 실온에 보관하는 것이 적당하다. 꼭지가 약간 녹색을 띤 것은 4∼5일, 노란 것은 2~3일 실온 보관이 가능하다. 냉장고에 넣으면 냉기로 인해 색깔이 검게 변하며 과육이 물러진다. 실온에서 매달아 두는 것이 최선의 보관법이다.
파인애플 수분 많고 고기 연하게 만들어 새콤달콤한 맛이 무더위에 잃은 입맛을 되살려준다. 수분 함량이 90% 이상이어서 갈증 해소에 그만이다. 생과로도 즐기지만 요리할 때 과즙을 사용하면 음식의 맛을 높일 수 있다. 탕수육·돈가스 소스를 만들 때 과즙을 설탕 대신 사용하면 좋다. 육류와도 ‘찰떡궁합’이다. 브로멜라인이란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 있어서다. 생선·치즈 등 단백질 식품을 먹은 뒤에 파인애플을 디저트로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불고기 등 고기를 재울 때 파인애플을 갈아 넣으면 브로멜라인 성분이 육질을 연하게 한다. 영양적으론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변비 예방과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에 유익하다. 그러나 공복에 너무 많이 먹으면 위나 입안이 헐 수 있다. 덜 익은 것은 소화가 잘 안 된다. 파인애플은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바나나와는 달리 수확 후 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구입 후 4일 안에 섭취해야 한다. 오래 저장하려면 껍질을 벗겨내고 자른 뒤 랩에 씌워 냉장 보관한다. 보관 온도는 7~10도가 적당하다. 크라운의 잎이 신선하고 녹색인 것이 상품이다. 크라운의 잎이 시들고 갈색으로 변한 것, 과육이 멍든 것은 피한다.
스타애플 달달한 맛, 두세개 먹으면 든든 베트남에선 ‘부스’라고 불린다. 모유라는 뜻이다. 둥글고 반질반질한 껍질 속에 모유처럼 희고 끈적한 과즙과 희고 투명한 과육이 들어 있다. 과즙이 너무 많으므로 깎아서 먹지 않고 윗부분을 둥글게 잘라낸 뒤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맛이 달고 몇 개 먹으면 식사 대용이 될 만큼 든든하다.
파파야 비타민A·C, 엽산 많고 열량 낮아 콜럼버스가 처음 맛본 후 ‘천사의 열매’라고 감탄한 과일이다. 모양이 길쭉하다. 맛이 달지만 열량은 100g당 25㎉에 불과하다. 영양적으론 면역력을 높이는 비타민 A, 노화를 늦추는 비타민 C, 변비를 예방하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기형 예방 비타민인 엽산, 항산화 비타민인 베타카로틴 함량도 높다. 영양은 풍부한데 열량은 낮아서 노약자의 영양식, 젊은 층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권장된다. 단백질 분해효소인 파파인이 들어 있다. 식후 디저트로 먹거나 고기를 잴 때 연육제로 쓰는 것은 이래서다. 항염증 효과도 있다. 동남아시아·아프리카에선 예부터 상처·염증 치료에 썼다. 독일에선 목캔디에 파파야 추출물을 첨가해 판매한다.
파파야는 세로로 반을 잘라 씨를 빼고 숟갈로 떠먹는 것이 좋다. 잘 익은 것은 겉이 호박처럼 딱딱하다. 잘 익은 것의 속은 대개 붉은 빛을 띠는 노란색이다. 덜 익은 것은 무처럼 푸르스름한 흰색을 띤다. 후숙 과일로 실온에서 3~5일간 두면 잘 익는다. 그 이후엔 1주일간 냉장 보관이 가능하다. 냉기는 후숙을 막으므로 익지 않은 상태에선 냉장고에 넣지 않는다.
망고 눈에 좋은 비타민A 과일 중 으뜸 원산지인 인도에선 성스러운 과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 유통 중인 망고는 과육이 노란색을 띠며 즙이 많고 단맛이 강하며 독특한 향이 매력이다. 망고의 100g당 열량은 약 68㎉다. 영양적으론 변비 예방을 돕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야맹증 예방 등 눈 건강에 유익한 비타민 A는 과일 중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 C(항산화 효과)와 D(뼈 건강에 유익)도 풍부하다.
대개는 생과로 먹는다. 과육을 갈아 샐러드의 드레싱이나 소스·수프 등에 넣어도 좋다. 과육을 말려 디저트로 먹기도 한다. 맛있는 망고는 검은 반점이 없고 과피 표면이 매끈하며 깨끗한 것이다. 과피에 멍이 들어 있거나 물러진 것은 피한다. 후숙 과일이어서 실온에 두면 익는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냉장고에 넣어두되 최장 5일을 넘기지 않는다.
람부탄 새콤달콤… 칼슘·비타민C 듬뿍 말레이시아어로 ‘털이 있는 열매’라는 뜻이다. 껍질에 가시 같은 붉은 색 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작은 달걀만 하며 언뜻 보면 성게를 연상시킨다. 과육은 반투명한 흰색으로 새콤달콤한 과즙이 많다. 과육 중앙에 길다랗고 부드러운 씨가 있다. 국내에선 패밀리 레스토랑·뷔페 등의 디저트 과일로 인기다. 과육은 리치와 비슷하다. 당도가 높고 영양적으론 칼슘·비타민 C가 풍부하다. 껍질의 털이 진한 붉은색을 띠고 검게 변하지 않은 것이 싱싱한 것이다. 털이 분홍색이면 아직 덜 익었다는 증거다. 국내에서 냉동 유통되고 있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된다.
아보카도 당분 적어 당뇨병 환자에 좋아 ‘밀림의 버터’로 통한다. 영양적으론 염분 함량이 적고 혈압을 조절해주는 칼륨이 열대 과일 중 가장 많이 들어 있다(100g당 634㎎). 고혈압·동맥경화 환자에게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100g당 열량은 177㎉나 되지만 당분 함량은 2.7g밖에 안 돼 당뇨병 환자에게도 권장된다. 아보카도는 100g당 지방 함량이 17.3g이나 된다. 하지만 코코넛과는 달리 지방의 85%가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이다. 아보카도는 껍질이 녹색에서 약간 검게 변한 상태에서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부드럽게 눌러지는 것이 잘 익은 것이다. 익은 것은 냉장 보관이 가능하나 익지 않은 것은 냉장고에 넣어선 안 된다. 냉장 보관은 5일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껍질을 벗긴 것은 냉장고에 넣기 전에 레몬즙을 발라준다. 그래야 과육의 변색을 막을 수 있다. 빨리 익히고 싶으면 알루미늄 호일에 싸서 실온에 보관한다.
두리안 열량 높고 몸 열나고…맛은 최고 향은 ‘지옥’이지만 맛은 ‘천국’인 열대 과일이다. 별명이 ‘열대 과일의 왕’ ‘과일의 왕자’다. 그러나 웬만큼 비위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먹기 힘든 독특한 냄새가 난다. 동남아의 호텔에선 반입이 금지된다. 냄새는 나쁘지만 맛이 일품이어서 한번 맛보면 푹 빠진다.
열량(100g당 133㎉)이 높아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겐 권장되지 않는다. 술안주로도 추천되지 않는다. 먹으면 몸에서 열이 많이 나서다. 베트남에선 ‘서우지엥’으로 통한다. 비탄·아픔·가시라는 뜻이다. 열매의 큰 과일이다. 한 개의 무게가 1∼5㎏, 직경이 20∼25㎝에 달한다. 과육은 연한 황색이다. 단맛이 강하며 영양적으론 칼슘·철분·칼륨 등 미네랄과 비타민 B군·C 등 비타민이 풍부하다. 표면에서 노란 빛이 나는 것이 잘 익은 것이다. 대체로 큰 것이 맛·육질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유통 중인 것은 95%가 냉동 상태다. 냄새가 적고 보관이 쉽다. 두리안은 두꺼운 껍질 속에 4~5개의 분리된 방에 보관돼 있다. 먹을 만큼 잘라 먹고 나머지는 냉동고에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코코넛 차게 먹어야 제맛… 포화지방 많은 게 흠 공 모양의 과일이다. 대개 윗부분을 자른 뒤 빨대를 꽂아 액체를 마신다. 차게 해야 제맛이 난다. 과육을 긁어 먹으면 맛이 구수하다. 영양적으론 지방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100g당 지방 함량이 사과는 0.4g인 데 비해 코코넛은 33.6g이나 된다. 게다가 코코넛의 지방은 89%가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이다. 100g당 열량도 353㎉다. 영양상의 장점은 변비 예방을 돕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는 것 정도다.
구아바 비타민C 귤의 3배 이상 들어 열대·아열대 과일이지만 2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재배되기 시작했다. 경북 의령·경기도 안성의 비닐하우스 재배산이 시판 중이다. 지구온난화로 과일의 재배지가 북상함에 따라 강원도 강릉의 농업기술센터에서도 구아바 적응 시험을 하고 있다. 영양적으론 비타민 C(100g당 183㎎)가 귤의 3배 이상 들어 있다. ‘자연의 감기약’이라 불리는 것은 이래서다. 칼륨이 풍부해 혈압 조절 효과도 있다. 전립선암 예방 효과가 있는 라이코펜은 토마토의 두 배에 달한다. 라이코펜은 암·노화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물질이다.
과즙이 많아서 가정에서 직접 믹서로 갈면 훌륭한 구아바주스가 된다. 색깔이 노란 것은 맛·향이 달고 붉은 것은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다. 구아바 잎차는 향긋하고 깔끔해서 차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구입할 때는 꼭지의 반대쪽이 매끈하고 과피의 색깔이 선명한 것을 고른다. 상온에서 5~7일 보관이 가능하다. 냉장고 야채실에 넣어두면 10일 넘게 간다.
잭프루트(Jackfruit) 큰 것은 30kg까지… 향 강해 말레이시아에선 ‘닝카(nangka)’라고 한다. 녹황색 과일로 큰 것은 30㎏에 달한다. 과육은 그대로 먹거나 샐러드·카레 등에 넣는다. 대형 과일이란 점에서 두리안과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두리안처럼 굵고 뾰족한 가시가 없으며 표면이 밋밋한 편이다. 맛도 전혀 다르다. 과일 자체의 향은 강하나 입안에 넣고 씹으면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맛 때문에 향은 금세 사라진다. 우리나라에선 잭프루트 생과를 구할 수 없다. 과육을 말린 프루트칩이나 통조림으로 맛볼 수 있다.
스타 프루트(star fruit) 신맛+단맛 … 신장 나쁘면 멀리해야 가로로 자르면 단면이 별 모양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열매는 익기 전엔 녹색, 익으면 노란색이다. 생과로 먹을 수 있고 와인·주스·차·샐러드로도 섭취 가능하다. 껍질이 얇다. 생과로 먹을 때는 흐르는 물에 잘 씻은 뒤 껍질째 얇게 썰어 먹는다. 이때 칼로 씨를 뺀다. 씹으면 아삭아삭하고 신맛·단맛이 함께 느껴진다.
영양적으론 비타민 C와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용 간식으로도 권할 만하다. 그러나 신장이 나쁜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신장결석을 만들 수 있는 옥살산(수산)이 상당량 들어 있어서다.
롱간 양귀비도 반한 쫄깃쫄깃한 과육 태국·베트남 등 아열대 지역 국가에서 나는 과일이다. ‘용의 눈’이라고도 불리며 거봉만 한 크기다. 얇은 껍질을 벗기면 반투명의 흰색 또는 옅은 핑크색 과육이 드러난다. 쫄깃한 과육 안엔 제법 큰 씨가 들어 있다. 단맛이 나고 사과 향이 은은히 나는 것이 특징이다. 양귀비가 리치와 함께 즐겨 먹은 과일로도 유명하다. 영양적으론 비타민 C와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예로부터 약용 과일로 사용됐다. 한방에선 용안육이라 한다. 불면증은 물론 정서불안·신경쇠약·식욕부진·스트레스 완화에 유용하다. 말린 것을 그대로 먹거나 대추·산조인과 함께 차로 만들어 마신다.
포멜로 축구공만한 귤 … 지방분해 효소 들어 ‘왕귤’로 통한다. 감귤류 과일 중에선 가장 크다. 축구공만 하고 무게는 1∼2㎏이다. 언뜻 보면 자몽과 비슷하다. 맛이 순하고 깔끔하며 수분 함량이 높아 여름철 디저트로 유용하다. 두꺼운 스펀지 같은 껍질은 연한 녹색이며 다 익으면 노랗게 변한다. 과육은 산호색이다. 영양적으론 비타민 C와 칼륨이 풍부하다. 지방 분해효소가 들어 있고 혈당을 낮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살 때는 크기에 비해 무겁고 흠집이 없는 것을 고른다. 향기가 좋고 겉이 핑크 빛·붉은 빛이 도는 것이 더 달고 영양이 많다.
도움말 주신 분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김현숙 교수·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돌 코리아』·나호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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