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동경만 하던 시절에는 동해안의 차디찬 겨울바다를 항상 애타게 그리워 했습니다.
밋밋한 서해안은 별로 와닿지 않은 곳이었고, 여행지에서도 배제되는 불행을 겪게 됩니다.
언제부터인가 서해 바다에 대한 재발견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닷물이 들고 날 때마다 펼쳐지는 서해만의 특별한 풍경...
파도가 만들어내는 또하나의 물결,
영양 가득한 갯벌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
그 생물들이 그려내는 또 하나의 예술작품들...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그냥 밋밋했을 서해바다는 그렇게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이런 파도의 물결을 어떻게 땅에다 그려낼 수 있는지...
파도의 물결은 적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토성처럼 견고하기 그지 없습니다.
안개주의보 내려진 게 마을...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안개속에 녀석들이 만들어낸 집들이 가득 합니다.
길가던 녀석을 잠시 납치하다...
생전 처음보는 살색의 푹신푹신한 공간에서 자못 황당했으리라...
결국 손 끝에서 추락.. 뒤도 안돌아보고, 아니 옆도 안돌아보고 구멍으로 쏙~~
게들이 살고 있는 공간...
깊은 구멍을 파내고 또 파내고 만들어내는 게들의 집념...
단순히 그것이 본능일 지라도 경이롭기만 합니다.
마치 인공위성에서 바라본 화산의 모습 같습니다.
저 속에는 어떤 생물이 살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갯바위 근처에는 딱딱한 암반에 떡하니 붙어 살아가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둥글둥글 이쁘게도 생겼습니다.
손 끝을 갔다대니 민감하게도 목을 움츠립니다..
갯벌과 모래해변에 기대어 사는 생명들도 있는 반면...
그 생명들에 기대어 사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어떤 새 일까요?
길게 이어진 새의 발자국에는 휘적휘적 여유롭게 지나간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움푹 움푹 사람의 흔적...
이런 푹푹 패이는 모래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생명들이 있습니다.
해당화,갯메꽃,갯그령...들이 그들입니다.
모래에 남겨진 사람들의 흔적은 마치 어느 사막의 능선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사람들도 바쁘게 살아가는 것처럼...
녀석들도 바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게들의 수다...
물이 빠져나간 후 이웃들과의 만남이 즐거운 듯 합니다.
갔을까?
구멍속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기척이 없어 발걸음을 돌리는데
구멍속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그냥 사는 모습 보려고 했어... 놀라기는 짜식~~~"
해변에서 만난 가장 멋진 집을 가지고 있는 녀석일 겁니다.
사람들로 따지면 집 뒷편에 울창한 숲을 가지고 있는 듯한...
자연에 자연을 품은 녀석...
부럽습니다..
나오기만을 기다리다...
더이상 다리아파서 못 기다리겠다...
잘 살아라...
우리는 이웃사촌...
삼각형을 그리고 있는 구멍 주변으로 왕래했던 흔적들이 많습니다.
놀러가면 차나 한 잔 주려나...
"나 마실간다..."
해변을 가로질러 어디론가 가는 녀석...
게들이 주인공인가보네...
나도 게는 겐데...
이 녀석은 이동식 집을 가지고 다니죠...
매일 등에 지고 다니느라 힘들긴 하겠지만...
그게 더 편한가 봅니다...
사람들로 따지면 캠핑카쯤 되려나...
누군가에게 희생되었지만...
이쁜 모양의 흔적만이 해변에 남았습니다...
오늘 저녁 물이 들면 내일은 어디쯤에 가 있을까요?
충남 보령 삽시도,원산도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