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싸리가 어디 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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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전에 도라지씨를 뿌렸는데 가문 탓인지 여지껏 도라지 올라오는 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아주 작게 도라지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래서 다래와 함께 도라지밭의 풀을 뽑아주었다.
옆지기 다래는 풀 10포기를 뽑으면 도라지 올라오는 게 하나쯤은 보여야 하는데 바랭이 50포기를 뽑아도 도라지싹 하나가 보일동말동하니 흥이 안 난단다. 정말 아직도 땅속에 숨어서 숨을 쉬고 있는 건지 비둘기 녀석이 다 주워 먹었 건지... 손가락 한 마디쯤밖에 안 되는 바랭이가 어찌 많이 돋아 있던지 4고랑 중 겨우 1고랑만 뽑고 일어섰다. 쪼그리고 앉아 정말 재미가 하나도 없는 풀뽑기를 하고 나서 방에 들어오니 벌써 점심 때가 지났다. 잠깐이라고 생각했는데 2시간 정도는 뽑았나 보다. 풀을 뽑고 있으면 잡념이 전혀 나지 않는다던 어느 꽃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런데 다래가 갑자기 "흑싸리가 어디 있어요?" 한다. "흑싸리라니? 흑싸리가 뭐야? 흑싸리가 어딨어?" 하니 "왜 돼지풀하고 비슷하다던 풀 있잖아요?" 한다. 가만히 생각하니 엊그제 '가막사리'를 얘기했는데 모른다고 하던 것이 생각난다.
"아이구, 가막사리를 흑싸리라고 했구나." 하고서 둘이 마주보고 웃었다.
이참에 우리밭에 있는 녀석들 공부를 좀 시켜야지 하고선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앞텃밭에 마구 돋아난 풀들을 돌아다니며 다 찍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구애놀이를 하며 날아다니는 뻐꾸기 녀석들을 찍는다고 망원렌즈를 끼워놓은 데다가 하늘이 시커먼 것이 비가 올 듯해 사진이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구별은 할 듯하다.
1. 까마중 - 이 녀석은 감자밭에 무지 많이 돋아납니다. 그래도 쉽게 뽑히는 녀석이라 덜 밉습니다.
2. 모두 다 아시다시피 '쑥'입니다. 땅속으로 길게 뻗어나가는 뿌리가 악착같아 좀체 없애기 힘든 녀석입니다.
3. 가지가 많이 벌어지는 '쇠별꽃'입니다. 키가 크며 하얀 꽃 속의 암술대가 5개라 암술대가 3개인 별꽃과 구별할 수 있습니다.
4. '왕고들빼기'입니다. 저 잎을 돼지고기와 함께 쌈으로 맛나게 먹을 수 있지만 토끼가 무척 좋아하지요. 높이 자랍니다.
5. 이 녀석은 뽑지 않습니다. 나물로 먹을 수도 있고 별 모양의 노란 꽃을 예쁘게 피우기 때문입니다.^^ '돌나물'입니다.
6. 개망초입니다. 이름처럼 아무곳에나 마구 나는 무척 귀찮은 녀석이지요. 꽃은 그런대로 예뻐 '계란꽃'이라고 하지만...
7. 이건 '망초'입니다. 무지 크게 자라 볼 품 없는 자잘한 꽃을 피우는 녀석이지요. 잘 뽑히지도 않아요.
8. '돼지풀'입니다. 유해식물입니다. 꽃가루가 날리면 눈병을 일으킨다는 녀석이지요. 보는 즉시 뽑아야 합니다.
9. 다래가 '흑싸리'라고 하던 바로 그 녀석입니다.^^ 이 놈은 '미국가막사리'입니다. 무지 크게 자라는 녀석입니다.
10. '명아주'입니다. 저만한 크기의 연한 새순을 비름처럼 뜯어 나물로 먹기도 했습니다. 가난한 시절의 얘기지요.
수없이 마구 돋아납니다.
아래 녀석들은 올해도 지난 해처럼 경로당 할머니들의 지팡이(청려장)를 만들기 위해 부러 뽑지 않고 키우는 명아주들입니다.
11. 이건 풀이 아닙니다. '참취'입니다. 뜯어먹을 만큼 많지 않아서 올 가을에 씨를 받으려고 키웁니다.
12. 아, 이건 상추와 적상추이고요.^^*
13. 이것도 풀이 아닙니다. 부지깽이나물이라고 불리는 '섬쑥부쟁이'입니다. 세 번이나 뜯어 먹었습니다. 무척 상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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