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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살아오신 한 생애. 그 인생길 만큼이나 먼 길을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모시고 전국여행을 출발하다.
청명한 날씨가 펼쳐지는 길. 어머니의 젊으셨던 새악시 시절같은 모란이 길 가양으로 피었고야.
동해안으로 가는 길에 뒷 트렁크에 준비해온 음식들을 조리하여 옛날의 소풍나온 기분을 한껏 내다.
점심을 먹고 일어난 자리에 함초롬하게 피어난 뻐꾹채. 어머니의 고된 시집살이 시절의 먹뻐꾸기 같았어라.
또 다시 이어지는 멀고 먼 옛 이야기는 고초당초보다 매서웠던 시집살이 이야기. 이제는 저 풍경속이었을까?
구비구비 해안선을 돌아가는 길. 해안가 벼랑에서 바다를 안는다. 저 항포구를 돌아나가면 그 어디런고?
왼쪽으로 동해바다를 끼고 한참을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영덕쯤에서 저녁을 맞아 선창가 식당으로 들다.
이 편안하고 안온한 여행길이 이제 어머니와의 마지막 여행이지 싶다.
저 바다를 바라보시는 어머니의 모습.
고된 삶을 살아오신 인생역정의 쓸쓸한 잔영이었다.
아, 정처없이 살아오신 한 생애같이 정처를 정하지 않고 가는 길.
내일은 또 어느 하늘 아래로 먼 길을 떠난더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