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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 백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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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에는 4가지 고을이 있다. 화개면 일대로 하는 산 고을, 악양면과 북천면을 잇는 평야 고을, 고전면을 중심으로 하는 강변 고을, 금남면을 중심으로 하는 해안 고을이다. 편 가름 없는 섬진강은 남북을 감싸 돌고 아낌없는 지리산은 동서로 두 팔을 벌려 경상도와 전라도를 껴안았다. 지리산을 자신들의 산이라고 말하는 곳이 없듯이 지리산은 이름을 모두에게 나누어 줄 정도로 품이 넓다. 그래서 지리산에 경상도와 전라도라는 구분은 아무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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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과 만나는 지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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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향어 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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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또 섬진강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품에 안은 어미와 같이 양쪽에 젖을 먹이고 있다. 하동군 화개면 탑리와 전남 구례군 간전면 운천리를 연결한 남도 대교. 그 아래에서 섬진강은 비로소 경상도와 전라도로 만나 화개장터에서 해후를 베풀고서 남해로 향한다. 양 도에서 뱉어낸 고달픈 이야기를 도도한 강에 모두 담아 남해 앞바다까지 흘려보낸 그 카타르시스가 얼마나 황홀했으면 대하(大河) 드라마를 만들었을까.
카타르시스를 거슬러 '경라도와 전상도'를 찾아 떠나는 길동무로 김명애(45) 문화해설사가 함께했다.
◇입이 섞여 만들어진 '~시다' = 이곳 하동 사람들의 억양은 확실히 '갱상도' 사투리와는 조금 다르다. 억양의 기울기가 전라도를 닮았다. 끝말의 악센트가 가파른 상승으로 무게의 추가 기울어진 경상도 특유의 말과 달리 무게의 균형을 이루려는 듯, 이곳 사람들의 말투는 편안한 듯 여유가 있다.
무게의 균형은 '~시다'를 낳았다. 높임말도 낮춘 말도 아닌 어중간한 '~시다'는 경상도와 전라도 억양의 중간에서 평형을 이루었다.
하동이 경상도와 전라도의 종합 소통도시 역할을 했던 것은 역사와 함께 이어져 왔다. 신라와 백제의 접경 지점인 하동지역은 신라 문무왕 이전에는 백제의 땅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서로 주고받고를 반복하며 신라로 편입되었다. 지금도 남아있는 고소성은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치기 위한 전초기지로 쌓은 성이라고 한다.
또한, 하동은 신라와 백제의 사신이 모여앉아 군사동맹을 맺은 곳으로 알려졌다. 동맹의 장소는 200년은 됨직한 굵은 소나무가 넓은 백사장을 끼는 '백사 청송'의 현장 '송림'이다. 울타리를 친 송림은 밖에서 보면 바람 소리만 가득한 음지일 것 같은데 속으로 들어가 보니 강바람과 바깥사람 엿보기까지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주말이 아닌데도 이곳을 찾은 상춘객은 강 건너 광양, 구례에서 소풍 온 이들까지 합해 북적인다.
◇섬진강의 주인은? = 섬진강의 주인이 누구인지 의문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지금부터 보름 정도 후 방문을 권한다. 이곳 사람들이 갱조개라고 부르는 재첩을 캐는 5월 초에 섬진강의 주인이 정해진다.
물 빠진 섬진강의 5월 초. 하동 사람들은 식당일을 하는 사람, 난전에서 나물 파는 사람 가릴 것 없이 섬진강에 뛰어든다. 재첩을 캐는 재미는 돈도 돈이지만 강 건너편 구례 사람들과의 소리없는 재첩 캐기 경쟁도 한몫한다.
이때 강 한가운데 지점을 두고 약간의 재미있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예전에는 대나무로 경계를 지어놓았다. 접경 지점을 놓고 벌이는 눈치싸움에 갱조개의 운명이 결정된다. 손질 바쁜 호미질에 경상도 재첩과 전라도 재첩으로 구분되는 순간이다. 올해의 일전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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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식 팥칼국수를 파는 '옛날 팥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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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라도 밥상구경 = 화개장터를 구경하려면 배를 단단히 채워야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반찬 가짓수가 많은 전라도 음식이다. 이곳에 있는 식당 대부분은 전라도 음식점을 많이 닮았다. 그 중 옛날 팥죽(055-884-5484) 집이 유명하다. 마침 찾은 팥죽 집 문이 걸어 잠겨있다. 며칠 전 안주인이 교통사고를 당해 1주일간 휴점이다. 대신 근처 태봉 식당(055-883-2466)을 찾았다. 탕을 시키니 반찬이 20여 가지가 나온다. 전라도식으로 젓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라 경상도 지역의 짠맛에 익숙한 이들에겐 밥 한 공기 정도는 거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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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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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개장터, 있는 것과 없는 것 = 조선말 하동읍의 5일장은 이 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장이었다. 장이 서는 날은 장꾼들이 몰고 온 배들로 섬진강변 곳곳에 있는 나루터는 장사진을 이루었다.
한때 멀리 삼천포나 여수, 남해 같은 곳에서 물길 따라 올라온 나룻배, 거룻배가 밤새 수십 척씩 정박했다는 하동 포구. 섬진강 물길 따라 물자의 흐름도 쉽고 경상도와 전라도의 중간에서 사람 모이기 좋은 장소였다. 악양면과 금남면, 옥종면의 넓은 들판에서 생산된 쌀과 지리산에서 나오는 약초와 나물 등 산중 물산이 모이는 통로였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장터 한 곳을 꼽으라면 '화개장터'를 먼저 말한다. 그리곤 있는 것이 뭐고 없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가수 조영남이 '화개장터' 노래를 부르기 전에 화개장터는 지금의 장터가 아닌 화개천 건너 골목길 난전이었다. 그때는 산나물이 주요 거래 품이었다. 지금도 예외는 아니다. 산에서 나는 물품들이 많다. 결명자부터 산수유, 매실 장아찌 등 다양하지만 없는 것이 있다. 생필품. '있을 건 다 있다'는 화개장터 노래 가사가 무색해진다. 그럼 어떠랴. 경상도 사람도 있고 전라도 사람도 있는데….
김명애 해설사가 귀띔하는 하동지역 축제 2배 즐기기
△고로쇠 약수제 3월 = "하동에서 노는 물은 다르다. 개구리가 울기 시작하는 경칩에 지리산 고로쇠가 최고."
△화개장터 벚꽃 축제 4월 = "하동포구 80리의 엑기스, 10리 벚꽃길은 청춘남녀가 두 손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답니다."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 5월 21일 = "하동 녹차 건더기는 버릴 것이 없어요. 새콤달콤 무쳐 먹어보세요. 라면, 찌개에, 국에 넣어 먹어도 찰떡궁합이에요."
△섬진강 섬머쿨 축제 8월 = "엄마야 누나야 강변 가자. 올해 여름은 시원한 섬진강 가에 텐트치고 놀아 봐요."
△술상 전어 축제 8월 = "물살 세기로 유명한 술상리에서 살아남은 전어라 더욱 쫄깃쫄깃해요."
△개천 대제 10월 = "종교 행사라고요? 우리가 단군의 자손이라면 그 뜻을 새겨야겠죠."
△토지문학제 10월 = "올해 가을에 소설 <토지>를 다시 읽고 다른 느낌의 길상과 서희를 만나세요."
△참숭어 축제 10월 말 = "노량해전이 일어난 그 자리에서 망둥이와 숭어의 고기맛 해전이 일어납니다."
△대봉감 축제 11월 초 = "겨울이 오기 전 악양 들판에 달린 주황색 감을 보셨나요. 대충 감이 잡히지 않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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