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수행법 중의 하나인 108배(拜)가 몸의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심리적 안정과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낯설지 않다. 최근 종교에 상관없이 불교수행법을 통해 건강과 웰빙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사회적 대세가 되면서 108배에 대한 관심과 문의도 늘고 있다. 어떻게 108배를 하면 될까. 지난해 초 ‘맑고 밝은 마음 108배’를 소개해 화제가 됐던 구미 영명사 주지 지범스님으로부터 심신(心身)건강을 위한 특별한 108배를 배워보자.
구미 영명사 주지 지범스님이 지난 13일 ‘맑고 밝은 마음 108배’에 앞서 명상음악을 배경으로 ‘해설’을 낭독하며 참선하는 모습.
4단락 구분…음악.해설 넣어 초심자 배려
1배마다 바른 자세로 깊은 복식호흡 해야
퇴행성관절염에 효과…아이들 학업도 도움
불교 수행법인 만큼 ‘맑고 밝은 마음 108배(拜)’도 일반 108배 절하기와 크게 다르지는 않는다. 다만 건강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점이 있다. 우선 기존의 예불참회문처럼 부처님 명호만을 외우던 한문방식이 아닌 한글방식이며 어려운 한역 대신 일상어를 채택해 누구나 이해가능하도록 했다. 또 <예불문><천수경><초발심자경문><사홍서원><여래십대발원문><법구경> 등 주요 부처님 경전에서 가려 뽑은 경구를 사용해 그 의미를 더했다.
‘맑고 밝은 마음 108배’는 유달리 초심자들을 배려하고 있다. 초심자들이 한번에 108배를 하면 힘들고 의미부여도 어려울 것을 감안해 ‘귀의삼보’ ‘참회’ ‘감사와 발보리심’ ‘서원’ 등의 4개 단락으로 나눴다. 또 각 단락 맨 앞에 명상음악과 1분가량의 ‘해설’부분을 두어 호흡을 고르고 굳어진 신체를 이완시키며 해설낭독을 통해 글 뜻을 새겨 참선을 할 수 있게 했다. 해설을 끝마친 후에 하는 본격적인 108배에서도 1배마다 경구 한 구절을 낭독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108배에 총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35분 내외이다.
‘맑고 밝은 마음 108배’를 할 때 주의할 점은 크게 3가지. 무엇보다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참선할 때 자세가 바르면 온갖 번뇌를 이겨낼 수 있듯, 108배도 자세가 바르면 깊은 복식호흡이 가능하다. 특히 1배를 하고 일어서면서 다시 무릎을 구부릴 때까지 들이마시는 숨을 지속하면 더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다. 마치 호흡이 흉부에서 단전 쪽으로 내려가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또 절을 하고 일어설 때 팔을 곧게 뻗어 살짝 밀듯 앞뒤 반동으로 일어나면 절에 리듬이 생기면서 더 많은 절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격식을 갖춘 삼배에서는 두 손을 내려놓을 때 오른손부터 내리지만 ‘맑고 밝은 마음 108배’에서는 두 손을 동시에 나란히 내려 놓으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
해설을 낭독할 때는 무릎을 꿇고 왼손 위에 오른손을 올려놓고 엄지손가락을 서로 맞대는 선정인(禪定印)을 취한다. 등은 반드시 곧게 펴야하며 해설을 마치 씹어 먹듯이 또박또박 낭랑하게 읽는다.
‘맑고 밝은 마음 108배’는 연세가 지긋하고 근육통이나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효과만점이다. 영명사 신도인 이모(76) 할머니는 퇴행성관절염이 심해 격렬한 고통으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는데 이 108배를 하면서 몸을 움직이고 조금씩 외부활동도 할 수 있게 됐다. 울산에 사는 최모(47)씨도 젊은 시절 유년부 축구감독을 할 만큼 건강했는데 다리를 다치고 활동이 부진하다가 108배를 하면서 이제는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108배는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영명사의 아동복지시설인 ‘해뜨는 집’의 아이들이 그 가장 큰 수혜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산만하며 걸핏하면 눈물에, 삐딱한 성격으로 늘 말썽을 일으키던 해뜨는 집 아이들은 매일 등교 전 스님과 함께 108배 절하기를 하고부터는 성격이 유순해지고 친구가 생겼으며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학업성적도 월등히 올랐다.
지범스님은 “최근 숭례문 방화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는 것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자기책임을 남에게 돌리려는 이기심 때문”이라면서 “인과법을 인식하고 생활 속에서 108배 같은 실천을 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구미=배재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