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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강의 수면위로 또하나의 산이 잠겨 있다.
황병산에서 출발한 송천과 검룡소에서 출발한 골지천은 아우라지에서 기쁘게 만난다. 물줄기도 제법 커지면서 동강이란 이름이 붙는다.
여름철만되면 레프팅으로 인해 사람의 손길을 가장 많이 타는 곳이기도 하다. 정선읍내를 휘휘 돌아 42번국도와 나란히 달리는 동강은 솔치재를 넘으면서부터 각자 제 갈길을 가게 된다. 42번 국도는 비행기재를 지나 평창으로 향하고, 동강은 남쪽으로 기수를 틀어 정선과 영월을 넘나들며 굽이굽이 행진을 이어간다.
★ 동강을 따라 이어지는 6번군도...
솔치재를 넘어서 42번 국도를 매몰차게 버리고 동강을 따라가는 길을 택했다. 포장과 비포장이 연이어진 이 길은 6번군도로 동강과 형제처럼 나란하다. 차량의 흔적 또한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곧게 뻗어나간 시멘트 길이 저 멀리 산아래까지 뻗어있는게 갈 길이 멀고 험함이 절로 느껴진다. 왠지 모르게 저 산 아래에 이르면 막혀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설마 지도에 거짓 길을 표시했을 리는 없을테다.
★ 붉은 뼝대 아래로 이어진 6번 군도... 마치 수면위를 헤엄치는 뱀의 모습이다.
6번군도를 따라가면 정선의 가수8경을 음미하며 드라이브를 즐기기 제격이다. 가수팔경은 정선읍 가수리에 위치한 8개의 풍경을 말하는데 붉은뼝대, 오송정, 가수리 느티나무,운고개, 삼형제봉, 금오곡, 계봉, 섶다리가 바로 그것이다. 6번 군도를 들어서서 얼마가지 않으면 붉은 기운이 가득한 깍아지를 듯 한 암벽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붉은뼝대다. 뼝대는 '바위로 이루어진 높고 큰 낭떠러지'란 뜻의 강원도 방언이다. 즉 붉은 암벽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 하다. 붉은 뼝대 아래로 6번 군도는 이어진다.
★ 북대교에서 바라본 붉은 뼝대
까마득히 높다란 절벽아래에서 바라보면 목이 꺽일 정도다. 붉은 기운이 넘치는 것도 무척 특이하다. 붉은 뼝대는 석회암벽이고 도로를 만들때 깍여나간 듯 하다. 붉은 뼝대는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와 유비,손권의 연합군간의 적벽대전에 나오는 적벽과 비슷하다하여 소적벽강이라 불리기도 한다.
★ 붉은 뼝대 앞에서 바라본 오송정... 소나무의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붉은 뼝대 인근 암벽 위에는 멋드러진 소나무가 두 그루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수팔경중 2경인 오송정이다. 오송정이라 불리워서 정자가 있는 줄 알았는데 정자는 보이지 않고 소나무 두그루만이 전부다. 이유인즉, 소나무 다섯그루가 마치 정자처럼 그늘을 드리운다하여 붙여졌기 때문이다. 중국 진시황이 태산을 오르다가 폭우를 만나 벼랑 위 다섯 그루 소나무 아래서 잠시 쉬게 되는데 후에 진시황이 오대부라는 작위를 내리게 되는데, 태산의 오대부와 같다하여 오송정이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예전에는 다섯 그루가 있었는데 나라에 큰 일이 일어날때마다 한 그루씩 죽어서 지금은 두그루만 남았다고 하며, 그중 한그루는 수령이 천 년이 넘는다고 한다.
★ 물이 아름다운 마을에 서 있는 가수리 느티나무...
가수리를 풀어쓰면 '물이 아름다운 마을'이 된다. 맑고 깨끗한 동강이 굽이굽이 이어지니 가수리라는 지명이 당연한 듯 하다. 붉은 뼝대와 오송정을 지나면 바로 물이 아름다운 마을 가수리 표지석과 함께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가수팔경 그 세번째로 700년 수령을 자랑하는 가수리 느티나무다 기나긴 겨울을 나는 중이라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는 마치 포효하는 맹수같다. 봄이 찾아오면 가지가지마다 새순이 돋고, 잎이 나기 시작해서 푸르름 가득 머금을 때 쯤이면 얼마나 웅장하고 멋질까 싶다.
★ 북대교를 건너면 나오는 북대마을...구름재로 가는 길이다.
가수리 느티나무에서 북대교를 건너면 미실들 북대 부락에 이른다. 이곳에는 일명 구름재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 흐리거나 비가 온 뒤에는 항상 구름을 가득 머금어 사람들이 구름을 뚫고 지나다녔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으로 가수팔경 가운데 네번째에 해당된다. 하지만 사진으로보는 곳과 실제로 보이는 곳하고 사뭇 다르고 분간이 쉽지가 않다.
★ 가탄과 유지마을을 잇는 섶다리..
가수리에서만도 팔경가운데 4경이 운집되어 있다. 물이 아름다운 마을이란 지명이 괜히 붙은 건 아닌것 같다. 사실 팔경이라 붙여진 풍경이 다소 억지스러운 느낌도 들지만, 굳이 8경이라 붙이지 않아도 그 아름다운 풍광에 잠시 발길을 머물렀을 곳이다. 가수리를 떠나 갈매,가탄,유지,하매 등 가수리의 부락을 크게 U를 그리며 강을 따라간다.
가탄에서 강 건너편 유지마을 쪽으로 섶다리가 놓여져 있다. 가탄과 유지마을을 잇는 섶다리는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수량이 줄어든 동강을 가로질러 가탄,유지마을 주민들이 합심하여 다리를 잇는다고 한다. 영월 주천의 경우에는 쌍섶다리를 재현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이곳의 섶다리는 삶 그 자체다. 오히려 동강을 가로지르는 섶다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섶다리 대신 튼튼하면서도 매년 만들필요도 없는 시멘트 다리가 놓여지기 때문이다. 물길을 가로질러 두개로 이어붙인 섶다리도 색다른 느낌이 든다.
★ 연포마을에서 바라본 동강...(지난 2005년 연포마을 여행)
수동,번평,운치를 지나 고성리 산성이 있는 고성리에 이르렀다. 동강은 그제서야 작별을 고하고 어라연을 향해 흐른다. 더 따라가자면 동강매표소 옆길로 들어 영화 '선생 김봉두'를 촬영했던 연포마을까지는 갈 수 있지만, 오늘은 이곳에서 종지부를 찍기로 했다. 연포마을은 예전에도 몇 차례 가본적이 있는데다 집으로 올라갈 시간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성리 산성에 오르면 동강의 물굽이가 그렇게 멋지다던데 그곳을 못올라가보고 돌아서는게 내심 아쉬웠다.
★ 연포마을로 가는 이정표...(지난 2005년 연포마을 여행)
연포로 가는 이정표를 보고 나니 또 다시 아쉬워진다. 연포마을을 가기위해 올라야 하는 가파른 산길도 눈에 선하기만 하다. 그래도 어쩌랴! 또다른 여정을 기약하며 돌아설 수 밖에... 동강매표소를 지나면 가파른 고개를 올라야 한다. 신동으로 가기위해 반드시 넘어야하는 고개인데 차마저도 숨을 헐떡일 정도로 높다. 유문동을 지나 신동에 이르러 59번,38번국도와 만나고, 뚫린지 얼마되지 않은 시원한 4차선 국도에 오른다. 구불구불이어진 6번군도만 따라다니다가 올곧게 포장된 국도에 오르니 마치 날아갈 듯 하다. 그제서야 복작복작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아쉬운 발걸음임이 느껴진다. 동강을 따라 다녔던 6번 군도의 여정은 서서히 추억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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