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회마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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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은 풍산류씨(豊山柳氏) 일문의 관향으로서, 육백 여년 동안 한 곳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씨족마을이다. 이 마을은 낙동강 줄기가 S자모양으로 회류(回流)하는 지형에 넓고도 시원한 경관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흔히들 하회마을의 지형을 태극형 또는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정작 마을을 돌아보면 연화나 그 비슷한 들꽃들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는다. .jpg) [하회마을 전경] 강건너 남쪽 대안에는 영양 일월산 지맥인 남산(南山)이 있고 마을 뒤편에는 태백산의 지맥인 화산(花山 ▲ 271m)이 마을 중심부에까지 완만한 줄기를 뻗쳤으며 그 끝은 충효당 (忠孝堂)의 뒤뜰에서 멈췄다고 한다. 강의 북안에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 부용대(芙蓉臺)가 얹혀 있는데, 강건너에서 바라보면 마치 푸른 구름 위에 있는 신선의 장원이 강물 따라 흐르는 듯하다. 그렇길래 겸암 류운룡(謙菴 柳雲龍)과 같은 거유와 서애 류성룡(西厓 柳成龍)과 같은 명관이 배출되지 않았겠나, 지리 따라 인물이 난다는 말이 허전은 아닌가 보다. 화산의 얕은 능선을 따라 남촌과 북촌으로 나누어진 마을에는 보물로 지정된 충효당과 양진당을 비롯해 남촌댁과 북촌댁이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양진당은 서애 유성룡의 형인 겸암 유운룡의 종가댁 사랑채이고, 충효당은 서애 유성룡의 문하생들이 선생 사후에 그 유덕을 기리는 뜻으로 지은 집이다.  [☞57-7 마을 고샅길] 우리 일행은 이같은 우리 역사와 전통가옥으로 들어찬 동네 고샅고샅을 기웃거린다. 훌륭한 야생화조원 장면이 보물처럼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면서. 보물은, 어느 대갓집 솟을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때 이르게 발견하였다. 안마당 정원 초입에 찔레꽃이 피어 있었던 것이다. 짙은 녹음을 드리우는 나무들 사이로 삐져나온 찔레나무 덤불에는 하얀 꽃이 가득 달려 있었고, 옅은 향기는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일으켰다. 찔레꽃을 정원에 심는 이는 한 세월 가슴이 시려서 많이 앓았을 사람이다. 어릴 적에 잡았던 아버지 손에서 나던 흙냄새를 못잊고, 어머니 손에서 나던 온기를 오래도록 느껴 왔을 사람이다. 첫사랑이 동구밖 아카시아나무들 사이를 돌아나가던 장면을 망막에 얹고 지냈을 사람이다. 보물은 그러니, 마음의 정원 한켠에 옛사랑을 품고 사는 '따스함'일 것이다.  [☞57-8 솟을대문 안의 찔레꽃] 오래 되고 허름한 기와집에서는 잘 지은 기와집들에게서 느끼는 것보다 조금 더 각별한 맛이 난다. 지금 이 집이 그런데, 담장만 해도 그렇다. 굳이 담의 명칭을 붙이자면 황토막돌기와담이라 해야 적절할 것인 바, 아뭏든 가깝게 구할 수 있는 소재들로 몸통을 쌓고 거기에 기와를 올린 것이다. 이들만으로도 한국적인 구수한 된장맛이 나는 터에, 거기다 더하여 붓꽃을 담장 밑에 주욱 심어 놓았으니 특이하기도 하고, 들어오고 나가는 길에조차 문재(文才)가 배어 있다.  [☞57-4 담장 밑의 붓꽃] 붓꽃이란 이름은 이른 봄 피어나는 꽃 봉오리가 선비들의 붓을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보니 사대부들은 다투어 집 정원에 이 꽃을 심었다. 그도 모자라 이 집 주인은 담장 밑에도 심어 오가는 길에서도 글쓰기를 생각하였다.  [붓꽃;짱님 작 ★편집시 교체] 어느 집 기와담장 앞 화단에는 자연석 사이사이에 참나리가 막 피어나고 있다.  [☞57-9 참나리] 예전에는 이 나라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었던 들꽃이 바로 참나리었는데, 최근에는 이 참나리를 구경하기가 그리 쉽지 않게 되었다. 뒤돌아보면, 여늬 시골 초가집 울타리 안 에는 비록 손바닥만하게 작긴 해도 조그만 화단이 하나씩은 있었고, 거기에는 예외 없이 참나리, 봉선화 등이 피어 있었다. 한 여름 뙤약볕이 내리쬘 때면 다른 식물들은 해파리같이 늘어져도 유독 참나리만은 저 아래 멀리 신작로가에서 반짝이며 파들거리는 미류나무 이파리를 건너다보며 주홍색 꽃잎을 활짝 젖히고 씩씩하게 정오의 햇살을 즐기는 장면을 숱하게 많이 보아 온 터이다.  [참나리 ; 늘푸른마음님 작 ★편집시 교체] 참나리는 그렇듯 흔하고 정겨워서 나리과 식물들을 대표하여 그냥 '나리'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의 산이나 들 어디서고 잘 자라지, 주근깨 똑똑 찍힌 얼굴 이쁘지, 건강하지, 번식 잘 하지, 누가 캐 가도 아깝지 않지, 그러니 사랑스러울 밖에. 아이들은 꽃밥을 입에 물어 입술이 불그죽죽해지면 친구에게 입을 비쭉 내밀어 원시인 같은 용맹함을 과시했고, 어른들은 그다지 탓하지도 않으면서 빙그레 웃어넘기던 옆집 순이 같은 꽃이 이 나리꽃 아니던가! 야트막한 사랑 ------------- 강형철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언덕 위의 사랑 아니라 태산준령 고매한 사랑 아니라 갸우듬한 어깨 서로의 키를 재며 경계도 없이 이웃하며 사는 사람들 웃음으로 넉넉한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의 사랑 아니라 개운하게 쏟아지는 장대비 사랑 아니라 야트막한 산등성 여린 풀잎을 적시며 내리는 이슬비 온 마음을 휘감되 아무것도 휘감은 적 없는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가슴이 뛸 만큼 다 뛰어서 망둥이 한 마리 등허리도 넘기 힘들어 개펄로 에돌아 서해 긴 포구를 젖어드는 밀물 마침내 한 바다를 이루는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이제 마를 대로 마른 뼈 그 옆에 갸우뚱 고개를 들고 선 참나리 꿀 좀 핥을까 기웃대는 일벌 한 움큼 얻은 꿀로 얼굴 한번 훔치고 하늘로 날아가는  [참나리;윤여준님 작 ★편집시 교체] 참나리 있는 곳에 봉숭아 있다 했던가. 즐비한 기와집들을 뒤로 하고 초가집들이 늘어선 곳에 이르니 고구마밭 한가운데에 봉숭아꽃이 피어 있다. 봉숭아꽃이야 마당 한 귀퉁이에 섰기 마련이지 이렇듯 밭 가운데에서 피다니, 흔치 않은 풍경이다.  [☞57-2 고구마밭에 핀 봉숭아꽃] 장독대 옆에 봉숭아꽃이 피면 엄마는 누이 열 손가락을 무릎 위에 올려 놓고 백반에 버무린 봉숭아꽃잎으로 감싼 후 실로 칭칭 동여매어 주었다.  [장독대 옆 봉숭아;봉숭아님 작 ★편집시 교체] 첫눈이 내릴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말에 누이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어떤 모습이 나올까를 궁금해하며 이불 위에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긴 밤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면 골무같은 봉숭아덮개가 더러는 손톱을 빠져나와 이불 속 여기 저기에 나딩굴어 있는 것을 손톱에 다시 끼워 넣었다. 행여 첫사랑이 달아나지나 않을까 하여.  [봉숭아;나무모아님 작 ★편집시 교체]  [★편집시 삭제] 마을 뒷쪽 개활지 한켠에는 도라지꽃도 한창이다. 도라지꽃은 순박하고도 충직하다. 동물로 치자면 아마 소같은 덕성을 지니지 않았을까 하는데, 그렇다고, 도라지꽃이 보기 좋다고, 한 뙈기 밭이라도 귀히 여기는 농사꾼들이 아무려나 소녀 적 얼굴 닮은 마누라 생각을 해서 도라지를 심었겠는가.  [☞57-5 도라지꽃밭] 백도라지는 끓여 영감 목구멍을 깨끗이 하는데 쓰고, 보라도라지는 그 옛날 삼단 같이 까만 머리칼은 아니 되더라도 보라색은 안 되겠나 싶어 머리칼 허이연 마누라에게 먹였다. 뿌리를 캐서 껍질을 벗기거나 그대로 햇볕에 말린 것을 길경(桔梗)이라고 하는데, 인후통·치통·편도선염·거담·진해· 기관지염 등에 효과를 내니 반찬으로는 물론, 가정상비약으로도 활용해 왔던 것이다. 풍선처럼 생긴 꽃눈이 자라서 드디어 터지면 꽃이 되는데, 마누라가 아침마다 저 꽃을 보면서 이제나 저제나 꽃봉오리가 터지기를 고대하던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도라지;김종참님 작 ★편집시 교체] 옛날 신라시대의 일이다. 동해의 어느 마을에 부모님을 여의고 오빠와 단둘이서 사는 처녀가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이 도라지(道羅至)였다. 도라지는 마을 허드렛일을 하면서 오빠가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도라지가 17살이 되자 오빠는 중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게 되었고, 도라지는 산속에 있는 절로 떠났다. 10년 후 오빠가 중국에서 과거에 급제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오빠는 중국 조정에서 벼슬을 얻은 뒤 거기서 정착을 했는지 소식이 없었다. 어느듯 세월이 흘러 도라지는 할머니가 되었다. 어느날 도라지는 높은 산에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며 '지금이라도 오빠가 돌아오시면 좋을텐데...'하는 생각을 하염없이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도라지야, 이 오빠가 왔어!"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도라지는 얼른 뒤를 돌아 보았지만, 오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흩어지는 햇살만 반짝이고 있었다. 망연자실한 도라지는 기진해 죽고 말았다. 이듬해 도라지가 죽은 자리에서 보라빛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그 꽃을 도라지의 영혼이 깃든 꽃이라 해서 '도라지꽃'이라 불렀다. 꽃은 사람들로 하여금 전설을 엮게 하고, 시름도 풀어지게 한다.  [도라지;유인산업님 작 ★편집시 교체] 바쁠 일 없이 한가롭게 어슬렁거리며 마을을 돌아다녔는데도 다리가 아파오는 걸 보면 어지간히 걸었나 보다. 어느새 앞에는 낙동강둑이 나오고 강변엔 솔밭이 우거졌다. 하회마을에선 특별히 아름답게 조성된 야생화조원 경관을 보지 못했다. 여느 마을보다 전통성을 잘 간직하고 있는 하회마을은 당연히 우리꽃으로 잘 조원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큰 보물이 있을 것이라 기대도 컸다. 그러나 사실은 이에 헐씬 못미치는 것이었다. 그렇더라도 한편으로 생각하면 보물은 이미 건졌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보아온 찔레며, 참나리, 봉숭아, 도라지 등이 특별하거나 세련된 조원장면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들 모두는 매우 익숙하고도 친근한 우리 들꽃들로써 이곳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이 내는 숨결에 은연중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필요사진;1.붓꽃 2.참나리 2장 3.봉숭아 2장 4.도라지 2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