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동지역에 전탑이 많을까?
불교에서 신앙과 예배 대상물의 핵심은 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사리(舍利)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탑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탑의 형태나 재료는 특별한 뜻을 지닌다.
따라서 탑의 종류를 나눌 때도 그 형태와 재료를 기준으로 삼게된다.
곧, 탑은 모양에 따라 전형탑, 복발형탑, 오륜인탑, 오륜탑, 4사자 탑으로 나뉘고
재료에 따라 목탑, 석탑, 전탑, 모전탑, 금은탑, 청석탑으로 나뉘는 것이다.
이 중 재료에 따른 분류를 살펴보면,
처음 인도에서 흙과 돌을 둥글고 크게 쌓아올려 내부 공간을 만든 뒤,
그 한가운데 불사리(佛舍利)를 봉안해두어 예배하던 것이 중국에 전해져서 목탑(木塔)으로 발전하게 된다.
높고 웅장한 풍치를 자랑하는 목탑은,
그러나 재료의 성질 상 보존이 어려워,
다시 불에 탈 염려가 없는 견고한 벽돌로 탑을 만들게 되니 이것이 전탑이다.
전탑은 목탑이 불에 타기 쉬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니 만큼
재료는 벽돌로 바뀌었지만 전반적인 축조 양식에서는 목탑을 따랐다.
다만 몇 가지 전탑의 특징은 기단이 단층이며,
옥개석의 추녀가 짧고 옥신석에 감실이 있다는 점이다.
전탑이 우리 나라에 전래된 연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삼국유사'에 "선덕 여왕 때에 양지라는 승려가 벽돌로 작은 탑을 하나 만들어
삼천불과 함께 봉안했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 시대에 이미 전래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전탑은, 목탑의 재료 상 단점을 보완하긴 했으나
탑을 세우기 전에 벽돌을 먼저 만들어야 하므로 번거로운 면이 있었다.
더구나 우리 나라에서는 좋은 화강암 석재가 많이 났기 때문에 이후 석탑이 많이 만들어졌고,
석탑에 비해 전탑은 공정이 복잡하였다.
따라서 전탑은 전국적으로 유행하지 못하고 일부 지역의 보급에 그쳤는데,
경북 북부지역에 집중하여 있는 것에 눈길이 끌린다.
쌓기 힘들고 재료마련도 국내에서 손쉽지 않아 외면 당했던 전탑이
왜 유독 안동을 중심으로한 경북 북부에서는 이토록 환영을 받았던 것일까?
그 까닭에 대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가설이 있다.
첫째,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불교의 한 종파가
이곳에 전탑을 집중해서 유행시켰으리라는 것이다.
부석사, 봉정사를 비롯한 화엄 종찰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에 유학했던 의상이 이곳에 화엄 사찰을 세우고 신진 유학승들이 모여들어
화엄종을 열게되면서 당시 중국에서 유행했던 전탑 형식을 함께 도입하여
집중적으로 탑을 조성했으리라는 가설이다.
둘째, 소재성에 근거하여 볼 때,
우리 나라의 전반적인 사정과 달리 이 지역은 훌륭한 화강암 석재는커녕
벽돌이외의 탑 재료를 구하기조차 어려워 전탑을 세웠으리라는 추측이다.
안동은 두 개의 단층선이 지나가는 지질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백악기를 전후한 이 대규모 변형작용을 거치면서 암석에 많은 균열이 생겨
보통 화강암에 비해 안동의 그것은 파쇄 현상이 훨씬 심하다.
이런 소재로는 석조물을 조성하기 곤란하였으므로
낙동강을 낀 퇴적암 지대의 양질 점토와 강모래를 이용한 벽돌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풍수비보설(風水裨補說)에 영향을 입어 강안(江岸)에 전탑을 집중해서 세웠으리라는 가설이다.
안동에 현존하는 전탑은 공교롭게도 모두 사찰이 폐사되고 없는 강안에 집중해있고,
이 지역 지방지인 『영가지』문헌기록에도
수구비보(水口裨補)와 본부비보(本府裨補)로 언급되면서 전탑이 소개되고 있어,
풍수지리설에 따라 한 시기에 동일한 재료로 만든 전탑이 집중해서 축조되었으리라는 것이다.
넷째, 충분한 재력을 갖춘 토착세력과 중국을 비롯한 전조문화권 (塼造文化圈)과의
갖은 교류에 따라 벽돌공을 비롯한 장인들의 솜씨로 세워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신라 말엽과 통일신라 초기에 이 지역 불교 세력이 중국과 빈번한 교류를 하였고,
특히 백제 지역 장인들을 초빙해서 발달된 기술자들의 솜씨로 전탑이 축조되었으리라는 가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가설은 나름의 의문점을 안고 있어
안동지역에 전탑이 밀집된 이유를 명확히 밝혀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진 설명과 아래 글을 웹에서 가져와 정리했습니다 / 여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