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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돌부처와 돌탑들로 가득찬 천불천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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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바위에서 내려다본 운주사 전경
도선 국사가 공사바위에서 천불천탑의 공사를 진두지휘하였다고 전해져 온다
천불천탑 운주사(千佛千塔 雲住寺) - 중세의 야외조각 전시장
광주를 지나 화순으로 가는 길. 천불천탑(千佛千塔)의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곳 운주사(雲住寺)…. 생각만해도 가슴이 뛴다. 그곳에 가면 10m가 훌쩍 넘는 미완성 석불(일명 와불)이 있다. 또 천 개의 돌부처와 천기의 돌탑이 있었다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킬만한 신비스런 설화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토록 좋아하는 ‘쌩 돌’을 보고 욕심껏 만져볼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산골짜기인지라 해가 넘어가기 전에 둘러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은 벌써 그곳에 가있었다.
못생긴 돌부처와 돌탑들로 가득 찬 계곡
운주사는 지리적으로 무등산의 한 줄기로 1백여 미터의 야산이며 남북으로 길게 뻗은 낮은 산등성이가 있고 그 계곡에 다양한 석불과 석탑이 여기 저기 널려있다. 현재는 1백 여분의 돌부처와 30여기의 돌탑이 남아있다고 한다.
석조형물들의 제작시기는 거의 고려시대 말기로 추정되고 있는데 불교문화와 관련이 깊다. 수많은 불교 조형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석탑과 불상일 것인데, 종교적인 것을 초월하여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석탑과 석불을 통해 옛사람들의 미의식을 한 번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석벽을 배경 삼아 서있는 돌부처들
대부분의 사찰에서 대웅전 앞에 나란히 서있는 석탑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의 석탑, 불상들은 도무지 어떤 형식에 따라 배치되어 있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계곡 여기저기에 불상과 탑이 우뚝우뚝 서있기 때문이다. 석벽을 배경으로 한 무더기의 군상들이 곳곳에 서있는가 하면 미완성의 작은 불상이 곳곳에 흩어져 나뒹굴고 있다. 또 돌집에 들어앉아 있는 귀여운 표정의 불상도 볼 수 있다(석조불감).
불상들의 생김새들도 기존에 보아왔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한결같이 못생긴 것이 온화한 미소나 위엄과는 거리가 멀다. 눈, 코, 입의 생김새도 희미하고 신체비례도 잘 맞지 않아 보인다. 돌부처들이 오랜 시간 외로웠으니 말벗이나 하자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올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석탑들도 마찬가지다. 다듬지 않은 판석들을 그대로 얹어 쌓은 돌탑이나 원반 형의 탑들은 운주사에서만 볼 수 있는 파격적인 형식의 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자연암반, 돌부처군상, 암반 위의 석탑이 삼박자를 이루어 기가 막힌 조형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들은 심지어 아슬아슬한 산비탈 곳곳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파격적인 형태와 독창성에도 불구하고 한때 조각이 촌스럽고 문헌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계에서도 소외 당했었다는 후일담이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형태의 돌탑들
원반형 다층석탑 / 연화탑,호떡탑이라고도 불린다. [보물 제789호]
도선(道詵)의 창건설화가 깃든 신비한 유적
필자가 운주사를 찾은 이유는 미완성 석불, 일명 와불과 칠성 바위를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완만한 계곡에 다양한 돌탑들을 따라가다 보면 ‘와불님 뵈러 가는 곳’ 이라는 이정표를 볼 수 있는데 산등성이로 올라가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13m가 넘는 암반 위에 누워 있는 거대한 두 불상과 만나게 된다.
좌상과 입상의 두 와불은 거대한 자연 암반에 부처를 새기고 떼어내려 했던 흔적이 있어 작업과정을 마치지 못한 미완의 작품으로 추측되는데 운주사에 있는 대부분의 불상의 제작과정을 암시해준다고 한다. ‘천불천탑을 세우려다 새벽닭이 울어 공사를 중단했다’는 설화가 실감나는 현장이었다. 카메라에 담기조차 어려운 규모에다가 산비탈에 쓸어질 듯이 누워있는 어마어마한 불상 앞에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미완성 석불좌상과 입상(일명 와불)
칠성 바위, 바위의 배치 간격이나 각도가 북두칠성과 유사하다고 한다
와불에서 멀지 않은 비탈에 칠성바위가 있다. 평균지름이 228~385cm이고 두께는30~45cm이라고 한다. 그 옛날 누가 바위덩어리를 조각해서 별자리를 만들어 펼쳐놓을 생각을 했을까? 더군다나 주변의 석탑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현대 예술가들이 절대 흉내내기 힘든 조형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산비탈 곳곳에 이런 석탑들이 있는데 자세히 관찰해 보니 경사가 심한 암반에 기가 막히게 중심을 세워 박아 놓았다. 정말 수수께끼 같은 일들이 곳곳에 펼쳐지고 있었다. 와불과 칠성 바위를 만나는 동안 설화 속 한가운데에 서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사람은 가고 예술만 남는다
다른 여느 유적보다도 석조형물들이 우리에게 많이 전해내려 오는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양질의 화강석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 자체가 워낙 견고한 재료이기도 하고 영원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운주사의 석탑, 석불에서는 특유의 붉은색(보랏빛이 도는)이 보였는데 돌이켜 보니 화순지역 주변 밭에서도 비슷한 붉은 빛을 심심치 않게 보았던 것 같다. 과거로부터 온 붉은 빛깔을 느끼며 수세기를 거치면서 갖은 고난의 세월을 견디고 찬란한 역사를 뒤로한 채 여전히 희미한 빛을 발하며 기꺼이 사진 속 배경이 되어주는 수많은 유물, 유적들을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얼마나 소모적인 문명 속에 있는가? 잠시 시선을 돌려 영원을 갈구하는 오래된 친구와 만나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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