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 개울가에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아무도 오지 않지만 맑고 청아한 물위엔 오색의
단풍잎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지나버린 여름날의 추억을 얘기하며 쓸쓸히 흘러간다.
신경림 시인의 시 파장에 나온 구절중 '못난놈은 못난놈끼리 서로 즐겁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렇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이 떨어진 낙엽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위안을 삼는줄도 모른다.
물 속에 있는 바위와 거울 같은 물에 비친 바위가 마치 처음부터 한 덩어리였던 것 처럼 서로를 보듬
고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 봐도 구분이 쉽지않다.
바람이 전하는 말을 서로에게 전 하기라도 하려는지 낙엽은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모이기를 쉼
없이 반복하며 물위를 맴돌다 흐른다.
하나 둘씩 흘러들어온 낙엽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걸 보면 흩어져 외롭다가도 모여들면 즐거운 사
람들 같다는 생각을 하며 무생물이라는 생각을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잎사귀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 남은 붉은빛 선명한 툭 불거진 망울은 차가운 겨울을 재촉하는 빗속에서도
내년을 기약하며 정신을 놓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것 처럼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