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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開心寺).
여행이란 호젓할수록 좋은 법.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무엇에도 얽매임없이 예정에 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의 묘미.
개심사 가는 길에 너른 목초지를 지나며 마음이 넉넉해진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구릉과 S자형 도로를 따라가다가
가끔씩 차를 멈추고 차에서 내려 풍광을 완상하는 백미.
넓고 넓은 목초지의 푸른 초원에다가 온 마음을 내맡겨도 좋다.
명부전 지나서 아무렇게나 자란 듯 한 들꽃들의 지천.
심검당 앞의 수선화의 청아함.
발목에 채이는 애기똥풀의 가녀린 몸짓.
개심사는 이렇듯 들꽃이 먼저 찾는 이를 반긴다.
개심사는 조경이 잘된 절이다.
심미안이 대단한 스님의 손끝에서 일궈낸 솜씨가 이곳 저곳에서 느껴진다.
입구에 아무렇게나 세워둔 듯한 [세심동 개심사]라는 돌은
개심사를 찾는 나그네에게 묵언으로 고요히 맞아주는 듯하다.
때마침 내리는 보슬비에 촉촉히 젖은 연꽃의 화판을 한동안 들여다 보려니
그 연꽃 안으로 피안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극락이 이곳이고 피안으로 드는 길이 개심사 오르는 돌계단 길이려오?
쉬엄쉬엄 돌계단을 오르다가 숨이 가빠질 무렵이면
개심사 안양루가 보이고 그 아래로 지당(연못)이 보인다.
수련을 만나길 기대하고 올라왔지만
몇 몇 연줄기의 가녀린 부유.
그렇지만 나그네를 반겨주는 연못위에 놓인 외나무 다리.
앞서 건너며 두 팔로 중심을 잡는 안해의 뒷모습.
필경은 개심사에 와서 마음의 한복판인 中心을 잡고 싶었으려니...
안양루에 오르면 해강 김진규 선생이 해서체로 쓴 현판인
[개심사 상왕루]가 보인다.
보통 일주문은 대웅전과 일직선상에 놓이는데
개심사의 해탈문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나직하게
안양루의 오른편쪽으로 비껴서 나 있다.
 해탈문에서 살풋이 에돌아 마당으로 들어서면 성종 15년에 중창된 주심포와 다포집인 보물 제 143호가 객을 맞아준다.
목수의 대패질도 거치지 않은 듯 자연의 숨결무늬 그대로
나무의 굴곡과 결이 살아있어 다가서서 자꾸 손으로 쓰다듬고 싶다.
대웅전 아미타 산존불에 합장하고 돌아서면
무량수각을 지나 명부전으로 가는 길.
안해와 같이서 신고온 흰고무신이 자꾸 산신각쪽으로 올라간다.
스님들이 공부와 수행을 하는 요사채.
제주도 대문같이 바지랑대 하나 가로로 걸쳐놓고
깊고 넓은 사바세계로 드는 요사채에서 까치발로 지나려니
앞산에서 뻐꾸기가 열락으로 울어 예는 소리 아득하다.
나 또한 한달만이라도 보따리 보따리 책이나 싸들고 올라와
하뉘하뉘 열사흘 열사흘
그리고 사나흘을 머물고 싶다.
산신각 오르는 길에 만난 또 한 채의 수행처소.
아무도 오지않는 자갈길.
그 길이 끝나는 이 깊은 산중에
뉘라서 찾아오리오마는
저 요사채에는
가끔씩 마음 절로 절 아래 속세를 내려가는
비구니 파르스름한 민머리의 애련한 마음도 있으려니...
보통은 절 담장 안이거나 계단 몇개 오르면 있는 산신각이
이곳 개심사에는 없다.
절 경내가 끝났다 싶으면 나타나는 등산로같은 산길.
산신각 오르는 길이다.
발길 뒤로 따라오는 뻐꾸기 소리.
돌아보면 또 멀어지고...
외따로 떨어져 높은 둔덕을 오르고서야 나타나는 산신각.
그곳에 올라서면 이마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개심사의 정갈한 처마선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건너는 외나무 다리. 그 연못속의 비단잉어의 느릿한 유영.
지느러미를 헤알쳐 나무를 오르다가
깊고 긴 하늘을 헤엄쳐 사바세계로 나아가는
유유한 물살을 지켜보는 나그네 심사.
개심사를 다녀오는 그런 날에는
왠지 닫힌 마음이 환히 열려
물밑 깊은 세계까지 하늘 높은 中天까지
마음이 트이는 듯 하다.
開心寺.
개심사 여행은 고요하고도 호젓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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