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에도 산이 있다. 수리산(修理山)이다. 이치를 닦는 산이니 얼마나 좋은 이름인가. 안양시와 군포시에 걸쳐서 있다. 그러나 내 기준으로는 미흡하다. 난 500m 이하 산은 High hill이라고 부른다. 불행히도 수리산은 최고봉인 태을봉이 11m가 부족한 489m이다.
코스: 금정역(4호선) ☞ 병목안 삼거리 ☞ 병목안 공원 ☞ 병목탑 ☞ 태을봉(489m) ☞ 관모봉(426m) ☞ 태을봉 ☞ 슬기봉(452m) ☞ 만남의 광장 ☞ 성불사 ☞ 수리산역(4호선)
아침 8:30분에 금정역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30분까지 정확하게 도착했는데, 약속한 사람은 9시에 금정역에 도착했다. 5번 출구로 나와서 15-2번 버스를 타고 병목안 삼거리로 갔다. 올 5월 14일에 슬기봉에서 관모봉까지 종주를 한 번 했다. 우연한 기회에. 오늘은 역으로 종주를 계획했다. 병목안 삼거리에서 내려서 김밥 집에서 김밥을 먹고, 간식용으로 3줄을 준비했다.
9:45분부터 산행을 시작했는데, 토요일이어서 조금은 한가하였다. 5월에 공사하던 병목안 공원이 새로운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정상부근에 인공폭포와 많은 조경수로 새 단장을 했는데, 정말 좋아 보였다. 조금 올라가 병목탑 앞에서 기념사진 하나 찍고 바로 관모봉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예정된 계획대로.
그러나 중간 쯤 올라가서 좌우를 둘러보니 왼쪽 멀리 태극기가 펄럭이는 봉우리가 보였다. 아뿔싸. 길을 잘못 들었다. 수리산은 정상에 대한 이정표가 너무 없다. 특히 갈림길에서는 정확한 이정표로 길을 알려줘야 하는데, 많이 미흡하다.
결국 계속 올라가니 태을봉 바로 아래 능선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 동안 비가 안와서 산행로에서 먼지가 많이 났다. 태을봉에서 아이스케키 하나 씩 사서 먹으면서 숨을 돌린 다음 여자 분은 쉬게 하면서 배낭을 놓고, 남자 둘만 800m 떨어진 관모봉으로 갔다. 왜? 종주의 시작점을 관모봉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지리산 종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종주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관모봉 가서 태극기 한 번 보고, 사진 찍고 다시 태을봉으로 왔다. 왕복 30분이 걸렸다. 태을봉에서 막걸리 한 사발을 사서 둘이 나누어 마시고, 다시 슬기봉으로 향해 출발을 했다.
점심때가 되어서 가는 도중에 넓을 곳을 골라서 점심 간식을 먹었다. 김밥과 사과, 포도, 바나나 그리고 알로에 와인 한 잔 마시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셨다. 배가 부르고 힘이 보충이 되어서 걸음을 빨리 하면서 슬기봉에 도착했다. 능선은 가끔 바위도 있으면서, 들쭉날쭉하고 심심하지는 않았다. 산행하는 도중 내내 수리산 터널 쪽에서 자동차 소리가 신경을 거슬렸다. 도심 속에 있는 산이어서 어쩔 수 없기 하지만 새소리나 계곡 물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가 아니어서 그런지 정말 듣기 싫었다.
지난 번 산행 때는 사진기를 준비 못했는데, 이번에는 잘 챙겨왔다. 슬기봉 "외로운 소나무"를 찍기 위해서. 슬기봉 정상에 가면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손대지 마라는 경고판과 함께 소나무에 받친 헌시(獻詩)도 같이 있다. 여기서 다시 아이스케키 하나 씩 먹고 나서 하산을 서둘렀다. 예전에 올랐던 상연사 쪽으로 하려고 했는데, 또 내려오다 보니 그 길이 아니었다. 만남의 광장을 지나서 성불사를 거쳐 내려왔다. 시작과 끝 부분에서 예상과 벗어난 산행을 했다. 수리산 이정표는 갈림길에 제대로 설치되었으면 좋겠다.
수리산 입구에서 수리산역까지 20여분이 걸렸다. 초보자 때문에 너무 천천히 걸어서 총 6시간 산행을 하였다. 수리산역에서 일행과 각각 헤어졌다. 좋은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산행을 하였다